한줄 일기

이름 없는 새

Jeeum 2024. 11. 29. 15:53

 

오늘은 무슨 새가 날아올지

곤줄박이가 와서 

가을비에 대해 강의할지

꼬리 진 오목눈이가 와서

다가올 추위를 예언할지 몰라

 

그저 창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뿐

 

흰꼬리딱새가 가볍게 뛰어와

새로 태어난 기쁨을 이야기할지

개똥지바귀가 공간을 창조하며 날아와

목적 없는 사랑을 토론할지 몰라

 

삶이 오늘 무슨 색 깃의 새를 보내

나의 나무에서 무슨 노래를 부르게 할지

짧은 기쁨의 노래일지

짧은 슬픔의 노래일지 몰라

 

그저 마음의 문 열고

기다릴 뿐

 

나에게는 새들마다 이름이 있지만

새들에게 나는 이름없는 존재

누가 무슨 호의로 나를 새가 아닌

인간의 범주에 넣었을까

 

오늘은 이 시가 나를 찾아왔다 

 

류시화(2024).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수오서재. 9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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