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슨 새가 날아올지
곤줄박이가 와서
가을비에 대해 강의할지
꼬리 진 오목눈이가 와서
다가올 추위를 예언할지 몰라
그저 창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뿐
흰꼬리딱새가 가볍게 뛰어와
새로 태어난 기쁨을 이야기할지
개똥지바귀가 공간을 창조하며 날아와
목적 없는 사랑을 토론할지 몰라
삶이 오늘 무슨 색 깃의 새를 보내
나의 나무에서 무슨 노래를 부르게 할지
짧은 기쁨의 노래일지
짧은 슬픔의 노래일지 몰라
그저 마음의 문 열고
기다릴 뿐
나에게는 새들마다 이름이 있지만
새들에게 나는 이름없는 존재
누가 무슨 호의로 나를 새가 아닌
인간의 범주에 넣었을까
오늘은 이 시가 나를 찾아왔다
류시화(2024).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수오서재. 9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