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일기

함지산 산불

Jeeum 2025. 4. 28. 22:55

이웃에 불이 난 줄 몰랐다. 연락이 왔다. 서변 산에 불이 났다고. 인터넷을 찾았더니 연기 가득한 화면 속에 우리 집이 보였다. 무슨 일일까? 두렵다. 산불이 먼 나라의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유튜브 뉴스 속에는 무서운 엔딩 크레딧을 닮은 어지러운 언어가 날아다녔다. 큰 불이 났다는데. 재해로 아파하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은 없고 대구를 욕하고, 대구 사람을 욕하고, 대구가 대구사람이 불에 타 사라져 지길 바라는 악랄한 언어만이 가득했다. 심지어 중국인 방화 같은 맥락과 상관없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언어로 가장한 날카로운 흉기가 숨통을 끊어버릴 듯 달려든다. 왜 모두 이렇게 여기저기 날카로워졌을까. 이런 언어로 무장한 사람들이 우리의 이웃이라고 믿기 어려운데. 하나같이 말들이 공격적이다. 

 

밤이 되니 오히려 불의 색이 짙어진다. 저 산 너머는 과연 어떤 상황일지. 극한직업의 소방관들은 어떤 지경에 있을까 싶다. 아직 불이 먼 나의 동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여러 대의 헬기가 정신없이 날아다닌다. 그 거친 소리만으로도 세상이 빙빙 돌고돌아 어지럽고,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두려움과 걱정이 가득한 사람들만이 삼삼오오 모여있을 뿐이다. 

 

모쪼록 조금이라도 빨리 힘들지 않게 일이 해결되길. 다치는 사람이 없기를. 혹여 다칠지언정 마음을 잃고 생을 잃지 말기를. 오늘 밤에는 잠이 제대로 올지 모르겠다. 비상소리에 잠이 깨는 일이 부디 없기를 바랄 뿐.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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