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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2014). 투명인간, 창비. 2024-63 11/9~11/22  새벽 제목만 보면 SF 소설일지도, 성석제 작가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가고, 가끔 다이소에 들러 줘야 하는 것 처럼, 도서관엘 가면 나도 모르게 당장 읽어야 할 책도 아니면서 몇 권씩 들고오곤 한다. 학교 도서관이 대여시간을 길게 주는 이유도 있지만. 그러다 일이 몰리고 더급하게 읽어야 할 책이 생기면 대여 시간은 잊어버리고 빌린 것도 잊어버리고. 읽기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진다. 어쩌다 읽기 시작했더라도 이렇게 시간이 걸리고 만다. 투명인간인 나는 자전거를 타다가 다리 위에서 다른 투명인간을 발견한다. 그가 만수다. 만수네 집 4대에 걸친 이야기. 평범하기 그지없는 집안의 이야기가 화자를 바꾸어가면 오래오래..

수어

이미화(2021). 수어, 글담출판사. 2024-61 10/26~ 특교과 수화관련 특강을 위해 미리 자료를 찾았다. 여러권의 책을 빌렸는데 가장 얇은 책부터 먼저 읽는다. 이미화라는 이름이 매우 낯설었다. 그런데 글이 맛깔난다. 쑥 빨려 들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챙겨 읽고 싶어졌다.  우연이란? 장혜영은 말한다. "비장애인은 자신의 능력으로 비장애인이 된 것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아 비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저 운에 불과하다. 따라서 "운으로 얻은 것을 장애인들에게 능력으로 쟁취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고 차별적인 일이다"  삶의 모든 순간이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우연은 인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연의 신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 주었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장면 앞에서..

종의 기원

정유정(2016). 종의 기원, 은행나무.2024-6210/29~11/3 다시 읽는 명작. 정유정 작가가 새 책(영원한 천국, 2024)을 냈다. 당장 읽고 싶지만 내 서가에는 노벨문학상이 계기가 되어 빌리고 사두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잔뜩 쌓여있다. 이 책들을 어서 빨리 읽고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 중 한권이 이었다.  처음 을 읽었을 땐 그저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는 기억만 남았다. 10살에 형과 아빠를 죽이고, 남은 엄마와 이모를 다시 죽여야했고 유일한 친구마저 죽게 만들고 혼자 남은 유진. 그는 사이패코스 중에서도 최상위급 프레데더(순수악인)라고 했다. 외계인의 형상을 하고 지구인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영화 의 프레데터가 최상위의 사이코패스라는 사실만이 남았다. 그러나 두번째 읽기를 마쳤을 때 ..

Self-love club

이혜수 글 & 그림, 노지양 옮김(2024). Self-love club, Who got my mail. 2024-60 조카가 보고 내게도 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한참 책상 위에 두고 방치했다. 표지 색깔이나 그림이 특이하고, 취향이 달라 굳이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림책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림 에세이라고도 추측하지 못했다. 반납해야 한다는 말에 마지못해 펼쳤다. 헉.. 이런.. 진하게 감동이 몰려왔다. 그저 읽는 것만으로 자존감을 챙겨주는 책이었다.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권하고 싶어졌다. 방치한 시간에 후회가 남고 미안함이 몰려왔다.  마지막 코멘트가 남았다. '될 일은 어떻게든 될거야.'  그렇다. 우연이든 운명이든 닥칠 일은 닥치고 시간은 흘러가고 지금은 과거가 되어간다. 어떤 일..

10월의 책(2024)

10월의 책 정리하기 2024년 10월은 책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특별한 시월로 기억될 것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10월 10일 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이 그러했듯이 나도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내 생에 이런 일도 있을까 싶던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김애란(2024). 이 중하나는 거짓말, 문학동네.김영한, 강인석(2013). 창조는 습관이다, 제주 커피농부 이야기, 도서출판소야.권여선(2023). 각각의 계절, 문학동네.한강(1998). 검은사슴, 문학동네.박찬일(2024). 밥 먹다가 울컥, 웅진지식하우스.김금희(2024). 대온실수리보고서, 창비.장류진(2021). 달까지 가자, 창비.이혜수 글 그림, 노지양 옮김(2024). Self-love club, Who got..

이런저런~~ 2024.10.27

대온실수리보고서

김금희(2024). 대온실 수리보고서, 창비. 10/19~2024-58 책이 도착했다. 원래는 한강작가의 책 중 아직 읽지 못한 을 주문하고 싶었다. 여전히 예약판매에 걸려 있어 한승원 작가의 최근 소설 몇권을 선택했다. 그러다 도 함께 주문하고 말았다. 창비 스위치 활동을 위해 한동안 창비를 읽었다. 계간지로 나오는 장편은 기다리는 맛을 느끼기에는 기억력이 너무 딸렸다. 몇번 기록하고 저장하여 노력했으나 새책이 나올쯤에는 주인공 이름이 영희인지 영두인지 자두인지 헷갈릴 정도니까. 그러다 마무리 짓지 못하고 단행본을 기다리는 소극적 독자가 되고 말았다. 그런 책을 눈앞에 두고 모셔오지 않을 수 없었다. 도착하고 보니 자연이 먼저 손이 갔다. 지난 주말 토요일은 종일 과 과 에 까지 네  권은 한번에 돌..

각각의 계절

권여선(2023). 각각의 계절, 문학동네. 10/8~10/21 2024-55 책을 읽으며 독서노트에 메모하고 차를 마시는 일은 복잡한 일인가 보다. 자꾸 책을 읽다 찻잔을 건드린다. 찻물이 쏟아지고 독서노트가 얼룩지고 너덜거린다. 얼룩지고 너덜거리는 독서노트는 지저분하지만 나는 여전히 소중하다. 내가 써놓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가득하다.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읽기에 부대끼지 않는 문장들이다. 살면서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고 때론 그것들이 잊히지 못하고 되살아나 괴롭기도 하다 인생을 후회하게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그러한 일들을 놓치지 않고 섬세한 감성으로 되짚어보고 사연과 얘기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청춘의 말들, 엄마의 말, 오빠와 동생의 마음, 딸의 애증 등등 짧은 한편씩 천천히..

제주 커피농부 이야기

김영한, 강인석(2013). 창조는 습관이다. 제주 커피농부 이야기, 도서출판 소야.10/6~2024-54 수업 준비가 필요했다. 리더십을 키워드로 검색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나왔다. 제주커피라는 낱말이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좋아하는 두 개가 함께 들어있어서이다. 제주 대정에 커피농장이 있다니. 들어본 적이 없고 본 적도 없는 것 같아 얼른 빌려 보았다. 쉽게 읽히는 자기계발서여서 순식간에 읽고 마무리했다. 무언가를 좋아하면 이런 몰입과 행동이 가능한 사람들이 부럽다. 제주에 가면 커피농부가 하는 제주커피 농장을 들어보고 싶다.

이 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2024). 이중 하나는 거짓말, 문학동네. 2024-5310/1~ 10월 첫 소설 세명의 청소년 이야기. 지우, 소리, 채운 경찰은 지우에게 부모의 연락처를 물었다.지우는 '엄마는 최근에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오래 전 소식이 끊겼다'고 했다.(7쪽) '꿈에서 깨는 기분은 늘 좋지 않다......' 생각하며 소리는 천장을 봤다. 이야기가 딴 길로 샐 뿐 아니라 제대로 끝나는 느낌을 주지 않아서였다. 방금전의 꿈만 해도 그랬다(13쪽) 선수시절 내내 '지역스타'나 '유망주'란 얘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채운은 축구가 좋았고 선수로 남고 싶었다. 정말 있는 힘을 다해도 재능있는 친구를 끝끝내 이길 수 없던 순간 조차 그랬다(28쪽)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2021). 작별하지 않는다. 문동. 2024-539/18 저녁 ~ 10/1 한가위 다음날도 베란다는 여전히 화끈거리는 열로 가득하다. 뜨거움에 몸부림치며 타들어가는 이파리들을 본다. 에어컨을 틀고 시원한 곳으로 숨고 싶다. 그러다 괜히 우울해져 타들어가는 제라늄을 만져본다. 우울증이다.  출근하면 종일 화가 났다가 집으로 오면 무력해지는 내가 있다. 야금야금 술을 마신다. 이제는 약해질대로 약해져 맥주 한캔이면 뻗어버리면서, 더워서인지 화가나서인지 우울해서인지 펼쳐논 책 한쪽 읽기를 마무리 못하고 딴짓을 한다. 어떻게 하면 혼을 내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지만 방법이 없어 무력하다. 여전히 더운 날에 읽기 시작하여 시원해지기 시작하던 날에 읽기가 끝나다. 참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 마음의 혼란을 책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