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종의 기원

Jeeum 2024. 11. 6. 16:24

정유정(2016). 종의 기원, 은행나무.

2024-62

10/29~11/3

 

다시 읽는 명작.

 

정유정 작가가 새 책(영원한 천국, 2024)을 냈다. 당장 읽고 싶지만 내 서가에는 노벨문학상이 계기가 되어 빌리고 사두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을 잔뜩 쌓여있다. 이 책들을 어서 빨리 읽고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 중 한권이 <종의기원>이었다. 

 

처음 <종의 기원>을 읽었을 땐 그저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는 기억만 남았다. 10살에 형과 아빠를 죽이고, 남은 엄마와 이모를 다시 죽여야했고 유일한 친구마저 죽게 만들고 혼자 남은 유진. 그는 사이패코스 중에서도 최상위급 프레데더(순수악인)라고 했다. 외계인의 형상을 하고 지구인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영화 <프레데터>의 프레데터가 최상위의 사이코패스라는 사실만이 남았다.

 

그러나 두번째 읽기를 마쳤을 때 나는 슬프고 가슴 아리다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 유진의 삶이 안타깝고, 남편과 큰아들을 잃고 유진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삶이 더욱 애닮다는 느낌만 남았다. 유전적으로 악으로만 혹은 선으로만 이루어진 사람은 없다는 것. 누구나 비슷한 양의 선과 악을 지니고 태어나, 악이 점화되는 드문 경험을 하게 된다는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내가 했던   

 


 

운명은 제 할일을 잊는 법이 없다. 한쪽 눈을 감아줄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불시에 형을 집행하듯, 운명이 내게 자객을 보낸 것이었다. 그것도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139쪽)

 

서글픔이 한기처럼 밀려왔다. 16년 전에 지금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 소년의 인생에 대해 단 1그램의 무게만 느꼈더라도 오늘 같은 날은 오지 않았을 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런 운명으로 대면하지 않았을 것을. 이젠 너무 늦었다. 그땐 너무 빨라았지만.(287쪽)

 

포식자는 보통 사람과 세상을 읽는 법이 다르다고 혜원이 말했다. 두려움도 없고 불안해하지도 않고 양심의 가책도 없고 남고 공감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의 감정은 귀신처럼 읽고 이용하는 종적이라고 했다.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났다고 했다. (300쪽)

 

우리 본성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어두운 숲을 안으로부터 뒤집어 보여줄 수 있으려면 내 안이 악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가 어떤 계기로 점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가는지 그려 보이려면.(3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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