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투명인간

Jeeum 2024. 11. 21. 11:14

성석제(2014). 투명인간, 창비.

 

2024-63

 

11/9~11/22  새벽

 

제목만 보면 SF 소설일지도, 성석제 작가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가고, 가끔 다이소에 들러 줘야 하는 것 처럼, 도서관엘 가면 나도 모르게 당장 읽어야 할 책도 아니면서 몇 권씩 들고오곤 한다. 학교 도서관이 대여시간을 길게 주는 이유도 있지만. 그러다 일이 몰리고 더급하게 읽어야 할 책이 생기면 대여 시간은 잊어버리고 빌린 것도 잊어버리고. 읽기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진다. 어쩌다 읽기 시작했더라도 이렇게 시간이 걸리고 만다.

 

투명인간인 나는 자전거를 타다가 다리 위에서 다른 투명인간을 발견한다. 그가 만수다. 만수네 집 4대에 걸친 이야기. 평범하기 그지없는 집안의 이야기가 화자를 바꾸어가면 오래오래 이어진다. 시간으로 보면 일제시대 말부터 근대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진단. 화자는 계속 바뀐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다.

 

만수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형님과 자신 그리고 동생들 석수, 명희 막내 옥희까지. 이들과 그외의 사람들. 소설은 이토록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사는 평범한 세상과 당연한 일상에서 아등바등 살지만 점차 점차 소멸되고 소외되어간다. 때로 세상말로 성공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종국에는 슬프고, 어이없이 사라져간다.  투명인간이 왜 투명인간인지 조금 이해되었을 때 소설은 끝이 나고 나는 매우 쓴약을 먹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속에 내가 투영되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닮아 있었다. 나이를 먹고, 세상 상황이 변했다. 조직은 바뀌어야 한다고 하면서 밀어내기 시작한다. 점차 조직에서 소외되어가는 사람들이 이 작은 조직에서도 늘어간다. 임순례의 지적처럼 나도 과연 이 조직에서 끝까지 투명인간이 되지 않고 버티어 낼 자신이 있을까 싶다.     

 


 

딱 한개의 문단을 적어둔다. 나도 할아버지 처럼 죽고싶다.  

 

내가 궁금했던 것을 지금 곧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이란 죽을 때 등잔에 기름을 다해 불이 꺼지듯, 방 안의 전등이 꺼지 즛, 방 안의 전들이 꺼져 암흑에 잠기는 것처럼 의식이 스러지면 모든 것이 그만인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러하리라. 

 

"자 그럼, 사소하고 지루하게 길었던 나의 삶이여. 이만 안녕."(163~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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