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Jeeum 2025. 4. 20. 22:31

김서령(2019).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푸른 역사.

 

2025년 스물한 번째 책

 

어쩌다 김서령을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겨울 어디선가 누군가를 통해 김서령의 이름을 들었고 그녀의 책을 2권 샀다. 글쓴이의 소개를 읽고 작가의 유작임을 알았다. 염무웅 선생이 서문에 아름다운 사람 김서령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궁금해 열심히 검색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먼저 한 꼭지>로 [외로움에 사무쳐봐야 안다, 배추적 깊은 맛을]을 읽었다. 와! 어휘가 고급지고, 문장이 찰지게 맛있는 기름이 발린 듯했다. 그동안 김서령을 몰랐던 내가 부끄러웠다. 좋은 문장이 고를 때 김서령을 읽는다는 <이명수>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한꺼번에 읽기에 너무 아까워 독서대 옆에 두고 천천히 곱씹어가며 사전을 찾아가며 어휘를 기록하며 읽는다. 책을 읽는 동안 그녀가 썼지만 내게 남겨진 이야기는 조금씩 야금야금 여기에 남겨보기로 한다. 


 

작가는 안동 임하마을의 의성김씨 종가의 딸이다. 인간이기보다 여자가 먼저인 양반가에는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하는 여인들의 곡절 많은 얘기가 곳곳에 숨어있다. 작가의 고모는 떠르르한 광산김 씨 집안의 종부다. 새색시 나이에 남편 옥바라지를 했지만 종손이었던 남편은 결국 월북해서 남이 되었다. 그러나 고모는 40년동안 시부모를 봉양하며 살았다. 월북한 남편은 혼인하여 4명의 자녀를 낳는 동안. 그 사실을 남북 가족 상봉으로 알았다. 다시 만난 남편은 이미 남편이 아니고 남의 편이었다. 고모는 엄마를 대신해 나물을 캐고 말려서 철철이 조카에게 보냈다. 어느 날 아침 냉동실에서 나물을 본 조카(작가)는 생각한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여 일생을 종이처럼 하얗고 납작하게 살다간 고모. 가엾고 안타까운 고모를 생각한다. 그런 고모가 이렇게 말했단다. "야아, 살아보니 인생이 참 허쁘다." 허쁘다란 말은 기쁘다와 슬프다와 고프다와 아프다를 다 녹여 비벼놓은 말이다. 삶이 '삶은 나물 보다 못할리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삶이 다 사라져 버렸을 리야. 냉동실 문을 잡고 삶과 죽음의 어처구니없음을 생각했단다. 아득하거나 아련한 여인들의 삶이 안타까워 책을 읽다가 나 자신도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삶이 참......(소심하게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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