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토요일 아침. 내일부터 연휴 동안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이다. 땅을 푹 적셔 줄 만큼 와야 한다.
비가 내리기 전 먼저 양파를 거두어야 한다. 텃밭 농사 3년 차, 후후. 이제 양파를 심어야 할 때와 거둘 때를 안다. 양파 모종과 파를 구별할 줄 안다. 뽀시래기 농부의 역할에 아주 조금 익숙해지고 자랐다. 사람 사는 세상에 배워할 것을 배우고 있다. 배우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조금씩 조금씩 이렇게 자랄 것이다.
올해도 양파는 생각보다 잘 자랐다. 쭉 뻗은 몇 개의 양파 꽃대가 신기했다. 양파에도 암수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같은 모종을 심었는데 왜 한 두 개만 그런가 싶었다. 농사꾼 선배는 조금 일찍 심은 탓이라 했다. 숫 양파는 줄기가 매우 단단했다. 다 자라면 자연스레 넘어지는 보통 양파와는 달랐다. 단단한 부분을 제거하면 먹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도 했다. 신비스러운 식물들의 세상. 이렇게 직접 경험하고 배우고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비닐 멀칭 속의 녀석도 남아도는 모종을 비닐도 안씌우고 그저 흙 속에 쑥쑥 심어 둔 것들도 모두 잘 자랐다. 이것도 이웃과 동료들과 나눌 것이다. 기쁨도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다. 특히 요즘 채소 값이 많아 올라 많지 않은 양을 나누어도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우선 저녁에 양파를 잘게 썰어 오래도록 볶아 먹어볼 작정이다. 입안으로 단맛이 물컹 올라온다. 자연은 언제나 식욕을 자극한다.
양이 많이 혼자 들고 가기 어려웠다. 반을 나누어 비가 들지 않도록 보관함에 넣어 두었다. 남은 반을 두 장의 비닐에 나누어 룰루랄라 들고 내려간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애기 속살 같은 여리고 부드러운 비가 내린다. 하늘로 비행기는 부지런히 오고 간다. 여행을 가는 사람도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도 즐거움도 여유도 넘쳐날 듯하다.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나도 비를 맞으며 양파를 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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