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뽀시래기 텃밭 일기

6월 텃밭에는

Jeeum 2022. 6. 13. 16:04

비온후 잡풀들이 많아졌다. 문학기행은 예상치 못했던 버스 투어였다. 왼쪽 어깨와 목이 굳어져버렸다. 잘 돌아가지 않는다. 스트레스 덩어리가 단단한 돌처럼 굳은 채 어깨와 목을 내리누르는 것 같다. 일찍 밭으로 갔다. 일요일 이른 아침, 밭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초록과 바람과 맑은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땅에 수분이 스며드니 풀이 많아졌다. 작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뽑아낼 풀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청소를 하듯 풀들을 뽑아 나갔다. 어느새 바케스 가득 풀들이 뽑혀 나온다. 이들도 이름이 있을 텐데 무식한 농부는 이름을 몰라 그저 잡풀이라 부른다. 풀들을 집 삼아 조용히 일요일 아침을 즐기던 벌레 가족들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일 듯하다. 쪼금 미안해진다.

 

지난 수요일 오후에 뿌려둔 얼갈이 배추가 싹이 났다. 씨를 뿌리고 난 다음 습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덮어두었더니 일주일도 안되어 요렇게 작은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쁘다. 아무리 봐도 오밀조밀 예쁘다. 이불을 걷어내고 물을 듬뿍 준다. 아침 햇살도 간질거리며 다가선다. 바람 한 줌 스쳐 가면 아기들이 쑥쑥 자랄 것이다.

 

 

고추가 열렸다. 어느게 청양이고 어느 게 오이 고추인지 모른다. 그저 신기하다. 한 줌 손에 땄다. 가득하다. 아침부터 마음이 부자가 되었다. 무겁던 어깨도 어느새 말랑거린다. 

 

 

호두나무 가지 끝에 구름이 걸렸다. 파란 하늘 호수에 흰색 물감이 조심스레 풀어지고 있다. 호두나무 잎새들이 손을 내밀어 물감을 간질이며 풀어 나간다. 어느새 풍경 속으로 마음이 떠다닌다.

 

 

말라가던 수국 이파리가 탱탱해지고 있다. 다시 수국에 물을 준다. 수국은 맑은 물을 좋아한다. 맑은 물을 머금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 다행이 로즈메리도 싱싱하게 조금씩 자라고 있다. 수국과 로즈메리 주변에도 역시 풀들이 가득하다. 나름 애써 핀 것들을 모두 뽑아버리자니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서 주변에 몇 무더기 그대로 두었다. 수국과 하얀 민들레레, 로즈메리와 함께 살면 된다. 살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으면 그때가서 헤어져도 될 일이다. 

 

 

작은 오이가 다시 달렸다. 하나를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점심으로 오이냉국도 좋을 것 같다. 고추에다 오이까지 수확이 많다. 감자도 캘 때가 되었다. 하지 무렵이면 캐도 좋다 했다. 하지는 6월 24일이다. 아랫 밭 아저씨의 감자밭은 반 정도 벌써 마무리가 되어있다. 말라서 누운 감자 한포기를 걷어내고 땅을 팠다. 크고 작은 감자들이 나왔다. 감자를 모두 쪘다. 포실 거리는 감자가 되었다. 감자 농사는 처음이다. 드디어 감자도 나의 소박한 텃밭 리스트에 올랐다. 이번 주말에 남은 감자를 모두 캐어야겠다. 식량이 늘어간다. 이렇게 풍요로워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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