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태풍 때문에 텃밭 입구에서 언제나 시원한 그늘을 주던 호두나무가 쓰러졌다. 쓰러진 나무를 잘라내자 가꿀 수 있는 밭이 넓어졌다. 시원하게 뚫린 밭이 감당하기에 너무 넓어 하루하루 일을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아무리 바빠도 포기할 수 없다고 내 입으로 말했던 텃밭이다.
해야할 첫 일은 부추를 가장자리로 옮겨 심는 일이다. 3년을 한자리에 있던 부추는 생각보다 뿌리가 덩어리 지고 튼실했다. 포기를 나누어 심었다. 원래 있던 것 두 줄만으로도 한밭이 가득해졌다. 남은 것은 어쩌나. 조금 더 자라면 잘라먹고 그냥 정리해야 하나 보다. 겨울을 나고 새잎이 파릇파릇 돋아나던 곰보배추도 부추밭 옆으로 옮겨 심었다. 원래도 생명력이 강한 아이들이니 자리를 옮겨도 잘 자라 주리라 믿는다.
양파 밭에 풀이 가득하다. 뽑아주고 오랜만에 물도 듬뿍 주었다. 이백개도 넘는 양파 줄기가 튼실하게 자란다. 부족한 내 눈으로도 알 수 있다. 양파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양파밭 옆에 감자를 심으려고 세개의 고랑을 만들었다. 물을 듬뿍 주었다, 촉촉해진 땅에 내일 비닐을 치고 감자를 심을 것이다. 올해는 감자가 크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한다. 관심을 갖고 잘 지켜보고 돌보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