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나의 언어

우리들의 블루스

Jeeum 2022. 5. 2. 17:5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디어 마이 프렌즈'로 나를 울렸던 '노희경' 작가가 새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또 나를 울린다.

 

'한수와 은희'

중년의 우정 그리고 사랑.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상처를 길들이고 어루만지며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영혼의 체력'을 기르는 일이기도 하다고 정여울은 말했다.

살아보면 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참아야 한다는 것을. 

 

자신의 이루지 못한 꿈에 '갈망(결핍)'이 가득한 한수. 때문인가 한수는 골프가 가장 좋다는 딸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어 무리한다. 은행 지점장이라는 그럴듯한 지위를 가졌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이 매일이 힘든 기러기 아빠. 한수의 힘겨운 표정이 그걸 말해준다.

 

세상 어느 하나 뜻대로 안 되었던 은희. 지지리도 가난해서 돼지를 팔아 수학여행을 갔다. 어느 날 갑자기 밭에서 일하던 엄마가 일사병으로 죽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동생들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되어 억척스럽게 일만 했다. 돈은 벌었지만 남들 다 있는 소박한 가정 하나 이루지 못했다. 자신의 인생마저 포기한 채 건사했던 동생들은 장성해서도 은희를 돈주머니 취급한다. 오늘도 은희는 주먹밥 하나 먹고, 트럭을 끌고 이른 새벽부터 경매장으로 시장으로 동분서주 바쁘다. 몸에서는 생선 냄새가 떠날 틈이 없다.

 

어느 날 은희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어린 날의 동경 '한수'. '내 첫사랑' 오랫만이라고 사심 없이 말하는 그녀. 풋사랑은 은희에게 진한 우정으로 남아있다. 자식을 향한 맹목적 사랑에 눈이 먼 채 매일매일 돈이 궁한 한수는 돈이 많다는 은희에게 불안하게 점점 다가간다. '은희야 돈 좀 빌려줘.' 말이 입에서 맴돈다. 그러나 감히 은희의 마음, 사정을 알기에 선뜻 다가서지도 못한 채 어설픈 사기꾼이 되어간다.

 

괸당 문화의 제주에서 갑자기 사라진 은희가 한수와 목포로 단둘이 여행을 갔다는 사실 만으로 난리가 난 친구들. 은희를 보호하려고 친구 한수를 내치는 또 다른 친구들. 자신의 감정을 이용한 한수에게 원망과 화가 나지만 결국 친구로 남는 의리녀 은희.

 

은희에게는 못다한 첫사랑 한수가 애달파서, 한수는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못난 자신이 서러워서 운다. 둘의 표정이 너무나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 은희를 연기하는 이정은 배우도 한수를 연기하는 차승원 배우도 어쩜 그렇게 표정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지... 드라마를 보다 감정 이입이 되어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아서 은희가 울 때 함께 울었다.

    

작가는 말했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

시고, 달고, 쓰고, 떫은 우리들의 이야기

 

아프다. 커다란 키에 금방 꺾일 듯한 한수의 마른 표정이 슬프다. 아등바등 살았지만 마음 한 자락 곱게 숨겨둔 마음이 사라진 은희의 넋을 잃은 표정이 슬프다.

 

공허함일까 혼자 목놓아 부르는 'whiskey on the rock' 

 

 

그날은 생일이었어 지나고 보니
나이를 먹는다는것
나쁜 것만은 아니야
세월의 멋은 흉내낼 수 없잖아
멋있게 늙는 건 더욱 더 어려워
비오는 그날 저녁 Cafe에 있었다
겨울 초입의 스웨터 창가에
검은 도둑고양이
감당 못하는 서늘한 밤의 고독
그렇게 세월은 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혀끝을 감도는
whisky on the rock


모르는 여인의 눈길
마주친 시선의 이끌림
젖어 있는 눈웃음에
흐트러진 옷사이로
눈이 쫓았다 내 맘 나도 모르게
차가운 얼음으로 식혀야 했다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혀끝을 감도는
whisky on the rock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얼음에 채워진 꿈들이
서서히 녹아 가고 있네
혀끝을 감도는
whisky on the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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