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Jeeum 2022. 8. 30. 12:29

2022-60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2019).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온다.

 

 역시 예술가들은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내가 원래 그런 거야, 혹은 다 그런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넘기는 많은 순간에서  보석 같은 삶의 편린들을  놓치지 않는다. 거기에서 새로운 얘깃거리가 만들어지고 간혹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진리를 깨닫는다. 때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기도 한다. 요시타케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책 작가 답게 만화가답게 생활의 찰나를 참으로 잘 포착한다. 

 

인생이란 스스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어려서는 할 것이, 하고 싶은 것이,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 힘들고 불안했다. 나이가 들면서 하고 싶은 것이 줄어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든다. 한편 할 수 없는 것과 있는 것을 분명히 구별해 내 인생의 안과 밖의 경계가 분명해진다. 섭섭할 수도 있지만 단순해서 행복할 수도 있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순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순간을  포착하려면 그것을 기록해야 한다. 감정과 생각은 쉽게 변하기 때문에. 작가는 많은 기록을 한다고 했다. 당장 필요없어 보여도 그것이 언젠가 좋은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기록의 가치 혹은 쓸모.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작가는 매우 우유부단하다. 스스로 결정하지도 못하고, 지저분하고, 자신을 잘 설명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사건이나 사물 혹은 그것들의 쓰임에 대해 뒤집어 생각하고 헤집어 생각하는 힘이 매우 강하다. 스스로 설명하진 못해도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다. 자신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해 인식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작가가 늘 생각하고 있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 핸드폰을 샀다. 일주일 정도면 올 것이다. 스마트 워치와 함께 반짝반짝 윤기나는 최신형 스마트 폰이... 새로운 물건을 사면 기분이 좋다. 원하던 물건이면 더 그렇다. 아까워서 누가 잘못 건드려 흠이라도 생길까 신경이 쓰인다. 그러다 아주 약간의 흠이 생기면 더 이상 그 물건은 새것이 아니다. 마구 함부로 생각 없이 쓰게 된다. 소중한 것과 안 소중한 것. 새것과 헌것의 경계는 무엇일까? 작가의 글과 그림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본문에 이런 문장이 있다. "그런데 새삼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도 신으로부터 부디 그 몸을 자유롭게 쓰거라.라는 말씀을 듣고 태어난 거잖아요." 신은 우리에게 자유를 부여했을지 몰라도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구석이 많다. 진정한 자유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과연 그 자유를 잘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을까. 여전히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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