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찼다. 시월의 중심에서 더위와 추위가 마주치고 있었다. 산바람이 차서 걷는 방향을 거꾸로 틀었다. 생각보다 날이 찼다. 입은 옷이 얇았다. 왠지 아침부터 맞바람에 걷고 싶지 않았다. 바람보다는 햇살이 고팠다. 채 지지 못한 둥근달이 투명하게 서쪽 하늘에 떠 있었다. 달 아래 부지런한 자동차가 조용히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동편에는 산과 하늘의 경계를 따라 붉은 빛깔이 드넓게 피어나고 있었다. 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뜨거운 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사라지는 것과 태어나는 것, 물러가는 것과 몰려오는 것의 빛이 너무 달라 몰래 놀랐다. 내려앉을 달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오르는 해를 향해 걸었다. 몸이 빨리 따뜻해질 것 같았다. 떠오르는 붉은 해의 기운이 몸을 뚫고 들어와 잠든 눈이 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