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오늘로 또 한 살 법적인 나이를 먹었다. 대체 누가 만든 것이냐? 크게 맛있지도 않은 '나이'를 매년 같은 날, 똑같은 양만큼 먹어야 하다니. 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아무 생각 없는 하루를 보내 놓고. 이제 그 하루가 끝나려고 하니 갑자기 이런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든다. 안전 문자가 계속 날아들 만큼 종일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퇴근 무렵, 요란하던 비는 개이고, 태양이 서쪽으로 지던 하늘은 오늘 따라 유달리 아름답고,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맑아 보였다. 하루는 하루만큼 일을 하고, 수고한 만큼 아름답게 서쪽 하늘로 저물어 간다. 내 삶의 '화양연가' 같던 시간은 이미 오래전에 가고, 이제 먹은 나이만큼 무게감 있게, 안정되게, 품격 있게 잘 저물어가야 한다. 굳이 오늘 하루만 특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