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고모, 혹시 백화점 갈 일 없어?" "없는데." "백화점 가본 지 오래야. 갈 일이 크게 없네." 눈치도 코치도 없는 고모의 대답이었다. 조카도 쉽게 꺼낸 말이 아닐 텐데 말이다. 조심스럽게 걸어온 말의 숨은 의도를 전혀 읽지 못했다. 조카는 서울에서 하는 미대 졸업반 친구의 작품 전시회에 초대를 받았다. 코로나 시국이어서 인당 초청 가능한 사람 수가 제한되어 있는데 자기를 초대해 주었다고 기뻐했다. 친구에게 축하해 주고픈 마음과 서울에 가고 싶은 욕망이 은근하게 결합하여 간만의 서울행에 다소 들떠있었다. 지난겨울, 졸업 유예를 하고 집으로 내려온 조카는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로 되돌아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서울 지역의 코로나 상황이 점점 더 나빠져 조금씩 망설이는 사이 그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