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1996).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문학동네. 제목 자체가 무척 강하고 가학적이다. 그다지 유쾌할 것 없을 듯한 소설이지만 김영하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니 읽어볼 가치는 충분할 것 같다. 134쪽의 길지 않은 것도 괜찮은 이유이다. 역시 너무 강렬한 캐릭터들이 가득해서 유쾌하지 않다. 유쾌하려고 소설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그렇다는 말이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화자인 나와 K와 C, 세연과 미미 그리고 에비앙(홍콩 여인) 정도, 남자 셋, 여자 셋. 나는 자살을 도와주는 것이 직업이다. 일을 마칠 때마다 고객의 얘기를 글로 남기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죽음을 보티브로 한 유명한 그림과 소설 속 인물을 묘하게 연결시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저 무심히 보았던 그림들을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