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시작한 제주 올레 걷기가 이제 마지막 한 코스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여름 한 달 살기 이후 오랜만에 어제 올레 걷기를 하고 왔다. 걷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두통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17.3킬로를 무사히 걸었다. 힘들게 걸었지만 자고 일어나니 몸도 마음도 무척 가볍다. 두 달 반 동안 일과 일상에서 분리되지 못한 스트레스가 무척 쌓여있었나 보다. 한파라고 한다. 하지만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화창하다. 한라산에 눈이 내렸다는 뉴스가 먼 나라의 얘기인 듯하다. 어제 걸었던 올레 11코스를 오늘같이 화창한 날 걸었다면 어떠했을까. 비바람을 맞고 걸었던 길을 햇살을 받으며 걸었다면. 그 순하고 정겹던 숲길은 어떤 모습으로 남았을까.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다. 좋은 날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