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햇살이 여름과 다를 바 없다. 8시경 늦은 아침을 먹고, 9시쯤 밭으로 나갔다. 가을 햇살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들과 가을빛의 따끈따끈함을 더불어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다. 근데 너무 뜨겁다. 무와 배추에 흙을 북돋아주었다. 다음 주에 심을 양파 밭을 준비했다. 지저분한 풀을 뽑아주고, 더벅머리 당근밭을 솎아주었다. 모자를 깊이 눌러썼지만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 머리가 핑 돈다. 물을 마시고 준비해온 사과도 먹었다. 그러나 힘들기는 매양 마찬가지다. 서늘한 오후를 기약하고 귀가하기로 했다. 매실나무 아래 앉아있던 주인장이 말을 건다. 뭐를 했냐고. 풀을 뽑았다고 했다. 너무 더워 가야겠다고 했다. 감을 주셨다. 말랑말랑한 빛깔이 잘 익은 감귤을 닮았다(감이 귤을 닮았다고 하면 화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