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69. 여행할 권리

Jeeum 2021. 12. 16. 08:37

김연수 산문집 (2008). 여행할 권리, 창비.

 

지난 학기 중 빌린 책. 행여 도서관에서 이 책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읽는다. 담주 월요일에는 꼭 반납해야 한다. 이미 연체이므로. 연체가 당연한데도 도서관에 갈 때마다 빈손으로 나오지 못하는 욕심을 탓해본다. 

 

소설가에게 여행은 뭘까하고 생각했었다. 다 읽고 나니 남는 것은 두 가지이다. 소설가에게 여행은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상상(그 상상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일 수도 있고, 독서에서 우연히 얻는 계기일 수도 있다.) 이 글이 되기 위한 출발이라는 점. 소설가의 여행은 가끔 두서가 없다는 점. 막무가내 여행자의 발걸음을 담은 글은 차분하지만 김연수 특유의 위트나 반전을 도저히 버리지 못하고 황당하면서도 재미가 있다는 점.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고 싶었는데 불쑥불쑥 웃음을 자아내는 문장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시간은 걸렸지만 완독 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누구에게나 여행지를 결정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올레를 걸으러 제주에 가고, 프라하의 봄을 느끼러 체코에 가고, 사운드 오브 뮤직을 확인하러 짤쯔부르크로 가고, 미션 임파서블을 느끼러 비엔나에 가는 것처럼. 그러나 막상 가보면 '이상'이 말한 것처럼. 그건 상상이었지 현실은 아니었던 것을. 그래서일까. 굳이 여행에 의미를 붙이는 것이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 떠나는 것은 떠나는 자의 선택, 머무르는 것은 머무르려는 자의 선택. 선택에서 남는 것은 경험이고 기억일 뿐이니까. 경험과 기억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곳에 쌓여 때로 성장과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절망을 느끼게도 하는 일상일 뿐. 

 

일상이 일상이 아닌 2021년 겨울. 여행이 권리가 되기 위해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때문일까. 나는 새로운 여행지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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