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지구 끝의 온실

Jeeum 2022. 11. 15. 12:39

김초엽(2021). 지구 끝의 온실, 자인언트북스.

 

2022-75 

 

나는 100년 후, 2129년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거기까지 닿을만한  지식이나 생각이 없다. 지금 나이를 계산하면 언제쯤 인간으로서의 삶이 마무리될까 싶은 생각은 한다. '시간'에 대한 나의 감각은 딱 요 정도까지이다. 생각해보면 미안하기도 하다.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하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김장배추가 익어가는 텃밭에서 여름을 느끼며 아이스커피를 벌컥거렸고, 실내에서 베란다 문을 열어두고 반팔로 지내도 서늘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창을 열고 밖을 보면 세상은 완연한 늦가을인데 몸과 마음에는 봄이 오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지경이다. 

 

이상 기후로 인해 이러다 세상이 나쁜 쪽으로 움직이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그 변화는 아주 가까이 빠르게 올지도 모른다. 과연 미래 세대는 지금 우리가 즐기는 정도의 세상이라도 즐길 수 있을까 싶어 진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저절로 고개로 옆으로 기울어진다. 걱정스럽다.

 

SF 소설 '지구 끝의 온실'에는 2129년의 지구가 등장한다. 백 년 다음의 지구는 엄청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미 한 번의 멸망된 역사를 갖고 재건되어가는 시대이다. 소설 속 미래의 지구 멸망과 재건에는 '식물'을 사랑한 식물학자의 비밀스러운 '식물'이 존재한다.

 

미래의 식물학자 더스트생태 연구소센터 연구원 '아영', 더스트 폴 시대 즉 지구의 생태계가 파괴되어 돔 시티에서만 사람이 겨우 살 수 있던 어두운 시간을 극복한 사람의 자식이다.

 

사람들이 서로의 죽음을 딛고서 겨우 살아갈 수 있던 시간에 영화 '동막골' 같은 프림 빌리지가 존재했다. 여기에서 어린 시절의 한때를 보낸 아마라와 나오미. 그 곳에서 자매는 온실에서 식물을 만드는 레이철과 기계 정비사이면서 마을을 이끄는 지수씨를 만난다. 더스트에 내성이 있는 내성종 나오미는 그럭저럭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언니 아마라는 늘 생사를 넘나들며 생사를 걸고 프림 빌리지를 찾았다. 거기에서 보낸 꿈같던 시간.

 

그러나 프림 빌리지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레이철이 만든 '모스바나'라는 식물은 자가증식 나노봇(먼지, 더스트, 지구 멸망의 주범)을 잡아 먹는다. 모스바나 덕분에 더스트 폭풍을 피한 지수 씨와 마을 사람들이 모스바나를 들고 세상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64년 디스어셈블러의 광역살포로 2060년 더스트 종식이 선언된다. 이제 겨우 사람들이 돔 밖에서 숨을 쉬고 살 수 있게 되었다. 폐허가 된 땅이 하나씩 복구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모스바나를 모른다. 그저 인간이 이루어낸 과학의 힘으로 지구가 다시 살아났다고 믿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지구 끝 온실'에서 자신의 삶을 태워 식물을 만든 레이철과 지수씨, 프림 빌리지의 사람들이 지구의 재건에 큰 역할을 했음이 '아영'의 조사로 드러난다. 진실은 전설이 되고. 신비가 되고. 마법이 되어 이야기로만 떠돌았다. 이를 아영이 과학의 이름을 밝혀낸다.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 이미 우리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 딱 맞는 말이다. 소설은 정말 가능성 있는 일들을 리얼하게 소름 끼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신체의 단지 30%만이 유기체인 사이보그 레이철은 자신의 식물을 지키고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태우고 희생하며 식물을 만든다. 키우는 것이 아니고 만든다. 그는 식물들이 잘 짜인 기계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원하면 이미 사라진 식물들을 만들어준다. 지수씨는 레이철의 몸이 하나씩 망가져 갈 때마다. 폐허 더미 속에서 부품을 찾아 레이철을 수리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에철이 만든 식물 '모스바나'는 지구를 살리는 식물이 된다. 

 

워낙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넘치는 모스바나는 재건된 지구에서 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식물의 힘으로 지구를 지킨다는 소설의 기본 명제 덕분에 크게 위로 받았다. 삶이 팍팍해질수록 초록이 그립고 식물에서 위안을 찾던 우리들의 행위가 본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약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대안 공동체의 가능성도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다소 안심 되었다. 젊은 세대가 살아갈 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하고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11월 15일 같은 초겨울읠 날씨는 아니다. 해가 쨍쨍하고 체감온도는 7도이다. 이 온도가 적절한 건지 모르겠다. 따뜻해서 움직이긴 좋은데 이게 불길한 전조는 아닌지 은근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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