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효진(2017). 아무튼 잡지, 코난북스.
2022-74.
자라는 동안 무엇에 노출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잡지에 노출된 누군가는 잡지를 보며 성장하고, 잡지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 사람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그저 시작한 사소한 것들에 자주 노출되고 접촉하다 보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부가 된다. 가끔 목적적으로 이렇게 습관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성장하는 동안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경험의 결과로 만들어진 습관이나 취미나 정체성을 따라갈 수 없다.
좋아하는 것들이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할 것 같은데 정작은 그렇지 못하다. 틈만 나면 생각하고 틈만 나면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잘할 수 있게 되지만 일이 되는 순간 묘하게도 고통이나 스트레스가 따라온다. 즐기기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잡지 자체를 좋아하고 틈만 나면 그것들을 보던 작가는 잡지로 인해 잡지사 기자가 되어, 돈도 안되고 심지어 인기도 없다는 잡지를 만들며 산다. 그러는 동안 여러 회사를 거치며 잡지는 만드는 일에 전문성을 갖게 되고 나름의 철학도 생기지만 정작 사람들은 잡지에 관심이 없다. 찾는 사람이 없으니 돈이 될 리 없다. 웬지 배고파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잡지 언저리를 맴돌며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운 일들을 한다. 잡지로 성장했으니 잡지를 떠난 자신이 있을 리 없다.
이것을 소신이라 하고, 이것을 자신이라 여전히 생각하며 가끔이지만 행복하고 성취감이 느껴진다면 계속 그렇게 가라고 하고 싶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일을 하며 벌 수 있는 경제적 여유와 일과 일, 혹은 사건과 사건 사이, 일상이라 불리는 여백에 조금 혹은 많이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는 정도에 만족하고 싶다. 내게 잡지를 읽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햇살 와랑와랑 쏟아지는 나른한 오후, 주룩주룩 빗소리에 마음에 내려앉는 시간, 바람 부는 소리를 들으며 투명한 유리컵의 녹차가 신선해지는 순간, 살짝 부른 배를 진한 향기의 커피로 조물조물 달래고 싶은 시간 등등.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좋아하는 잡지들이 몇 권 있으면 그것으로 기꺼이 충분할 것이다. 책을 좋아하지만 책을 만들거나 책을 쓰는 직업이 아니어서 다행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튼 잡지의 작가는 열렬히 응원하고 싶다. 황효진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 앞으로 잡지 코너에서 잡지를 훑어볼 때 우선 황효진이라는 이름을 확인할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이 든 잡지는 사 볼 것이다. 그녀의 잡지에 대한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