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2015). 어떻게 죽을 것인가. 현대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부키.
2023- 21, 4/14 ~
'Being Mortal'
매우 다중적 의미의 제목이다.
나는 생각한다. 지금 꼭 해야 할 일에 대해. 지금부터 내가 하는 것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순 없다. 막연히 잘 죽을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지그부터 읽을 책과 유사한 주제에 많은 관심이 간다.
금요일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오랫동안 장거리 출퇴근을 했다. 나이를 핑계로 장거리 이동을 그만하기로 했다. 월요일 단출한 짐을 들고 출근했다. 이제부터 주중은 김해, 주말은 대구. 시간대별로 공간을 나누어 살기로 했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 덕분에 아침 독서 시간이 길어졌다. 좋은 점이 많다. 더욱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한 해에 100권 읽기가 가능하려나 싶다.
"결국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373쪽)"
우리의 몸과 정신이 생물학적인 한계를 맞게 될 때, 오랜 세월을 살아 이제 해야할 일은 죽는 것 밖에 남지 않은 나이가 된 사람에게 '좋은 삶'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어느 순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감소하고,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인정해야 할 때,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 그저 요양원에 들어가 요양원이 시키는 대로 몸과 마음을 맞추어 살아야 최선인 걸까? 아픈 엄마를 돌보며 만났던 많은 할머니들도 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은 말이 되지 못하고 소란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저 순응하며 지낼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할머니에게 자식들은 위험하다고 요양병원이 안전하다고 소리 높여 주장했다. 자식들의 주장이 자신을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할머니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말하지 못한다. 자식이 하자는 대로 하면서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나라면 어떨 것인가? 무엇이 정답인걸까? 나이가 들어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무엇일까? 저자는 말한다.
"별게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젊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이 바로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걸 늙어보면 알게 돼요.(204쪽)"
어려서 하나씩 배워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많은 동작과 습관.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이룬 것들. 자신을 나타내는 많은 것들, 집, 생활, 일, 여가, 취미 인간관계 등등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그러하듯 지금껏 살아온 것처럼 사람답게 살고 싶고, 내 집에서 살고픈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젊은 사람에게만 허락될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삶이 무시된 채 매뉴얼대로 처방하고 관리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노인의 상태를 잘 이해시키고, 소통하고,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의학이 약물의 처방이나 수술적 처치 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아프고 늙은 사람의 마음과 정신도 잘 파악하여 개인이 원하는 죽음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걱정이다. 내가 더 이상 혼자 살 수 없을 때 벌어질 일들이 두렵다. 그때 내 곁에 '아툴 가완디'와 같은 의사가 있어주면 좋겠다. 다양한 죽음의 방식에서 가장 우아하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태어난 것은 나의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생에 충실했고, 아직은 성실하게 살고 있다. 적어도 죽는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이리저리 굴리며 원치 않는 돌봄으로 시간을 보내며 식어가고 싶지 않다.
미리 크게 걱정하고 싶진 않다. 세상은 더욱 좋아질 거니까. 나의 이야기는 아직 남아 있다. 여전히 순간순간 행복하고 싶고, 지금처럼 마지막 순간도 좋은 기억을 안고 결말을 맺고 싶다.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다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356쪽)"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조망할 때 단순히 매 순간을 평균내서 평가하지 않는다. 어차피 삶은 대부분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 별다른 일없이 지나간다. 인간에게 삶이 의미 있는 까닭은 그것이 한 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중략) 경험하는 자아-순간에 몰입하는 자아-와 달리 기억하는 자아는 기쁨의 정점이나 비참함의 심연만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인식하려 한다. 그리고 이는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끝나는지에 따라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이야기에서는 결말이 중요하다.
경험하는 자아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정점과 종점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기억하는 자아는 꾸준한 행복감보다 순간적으로 강렬한 기쁨을 맛보는 걸 더 선호하기 때문에 그다지 현명하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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