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우(2022). 이웃집 식물상담소, 브라이트.
2023-32
6/12 읽기 시작
식물을 키우는 관심 있는 사람들의 식물이야기 인가 했더니 사람이야기이다. 그것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누구나 겪을법한 사람들의 마음 이야기이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속도가 늦어졌다.
여성이었기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다시 시작(공부든 꿈이든 뭐든)하려면 주위의 지지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사랑 때문에 접은 꿈을 다시 펼치기 어렵다. 참 어렵다. 답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르는데.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꿈을 잠시 접어두었다 해도 언젠가 다시 펼치면 되는 일이다. 접힌 채로면 도 어떤 가. 접힌 모양으로 다른 걸 만든다면 더 멋진 무엇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90쪽) → 당연하고 맞는 말인데 왜 허전하지? 접은 거라면 펴면 되는데 펴면 되는 줄 몰라서 안 펴는 걸까. 못 펴는 걸까.
식물을 향한 낭만을 거두면 보이는 것들. 식물을 향한 인간의 자의적인 해석과 태도.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천연염색을 한다고 식물염료를 구하려고 자연을 훼손할 수 도 있고, 돈세탁처럼 그린워싱을 위장하게 될 수도 있다고. 인간은 무심코 하는 행동 뒤에 숨어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라고. 자연을 향한 낭만을 거둘 때 진정한 '그린'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된다고(99쪽) → 애고 어렵다.
낯설지만 재밌는 이름을 가진 식물들이 많다. 호기심에 검색도 해보지만 사진만으로는 도저히 기억해낼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사는 마을에 저절로 자라는 풀과 식물과 나무들에 대해 알려줄 사람은 없을까 싶다.
봄맞이꽃, 까마귀쪽나무, 이질풀, 간지럼나무(배롱나무), 돼지풀, 토끼풀, 바랭이
오빠가 열심히 받아보던 어린이 과학잡지에서 나는 주로 생물 편을 읽었다. 한번은 식물의 감각에 대한 글이 있었다. 배롱나무를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르는데 줄기를 간지럽히면 가지가 흔들리며 간지럼을 탄다는 설이 있다며 글이 시작되었다. 나는 학교에 가서 친구 몇 명을 불러놓고 배롱나무를 간지럽혔다. 가지가 흔들렸다. 하지만 내가 간지럽히지 않아도 가지는 바람에 똑같이 흔들렸다. 친구들은 놀렸지만 내가 원래 약간은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는 듯 곧 크게 개이치 않았다.(115쪽) → 식물을 좋아하면 이상한 아이!.
사랑하는 마음이 과해 식물을 죽이는 일도 흔하다. 식물이 필요로하지 않는 지나친 수분을 주어 뿌리를 썩게 만들거나 척박한 땅을 선호하는 식물에게 지나친 영양분을 주어 죽인다. 자연스레 시들어 떨어져야 하는 잎이 보기 싫어 일찍 뜯으면 식물이 잎을 떨어뜨린 자리에 보호벽을 만들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가끔은 상처 난 자리로 감염이 된다. 잎을 싱싱하고 반짝거리게 보이도록 바르는 광택제는 외부와 소통하는 잎 조직을 막어버려 잎을 질식시킨다. 강렬한 햇빛아래 기분 좋게 뿌린 차가운 물은 급작스레 식물체의 온도를 낮추고 광합성을 방해하기도 한다. (170쪽)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의 어려움은 식물이라고 예외가 아니구나.
질리지 않도로 하는 게 중요했다. 한 명이라도 나 때문에 식물로부터 도망가면 안 되니까.(198쪽) → 가끔 잊어버리는 것들. 과정은 언제난 열심을 강요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꼭 즐거운 것은 아닐 수도 있어. 질리게 하면 안 돼.
예술은 시작하는 개 아니라 내재해 있는 거 같아요. 창작 욕구를 해소해서 행복해지고자 하는 거라면 배움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막막하다는 생각은 자신도 모르게 빨리 결과물을 내거나 무언가를 이루려는 목적성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자시도 모르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안에 '위대해지고 싶다'가 숨어있기도 하잖아요. (250쪽)
마지막 그림이 사랑하는 산수국이어서 무척 좋았다. 커다란 꽃의 가에 있는 큰 꽃이 가짜 꽃이고 피지도 않고 지는 줄 알았던 작은 것들이 진짜 산수국의 꽃이라는 것도 책이 알려주었다. 좋아하는 것과 아는 것. 전혀 다른 것일까! 상대를 잘 알지 못해도 무작정 좋은 거. 그게 사랑일까! 그러다 상대방을 알게 되더라도 알게 된 그것이 참아주기 어려운 것이라도 마음을 지속하는 것 그것이 사랑인 것일까! 산다는 것은 어쩜 이런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주장하지 말자. 지나치게 판단하지 말자. 사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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