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2017). 서른의 반격, 은행나무.
2025-67
12/1~12/4
2025년 하반기는 손원평 작가 도장 깨기, <아몬드>, <프리즘>, <튜브>, 최신작 <젊음의 나라>를 읽고, 두 번째 출간한 장편소설이라는 <서른의 반격>마저 주문해서 읽는다. 작가의 소설들이 갖는 주제도 재밌고, 문장도 촘촘하다. 읽는 맛이 좋다.
첫 장. 1988년생
첫문단
내가 태어날 무렵 우리나라엔 코가 큰 남자가 한 명 살고 있었다. 그는 퇴역 장군 출신의 머리가 희끗한 남자였는데, 여러모로 결코 예사로운 삶을 살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예순이 가까워지던 무렵, 갑자기 그는 '보통 사람'이라는 말을 버릇처럼 입에 담기 시작했다. 어찌나 그 말을 좋아했던지 자기소개를 할 때도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소개했으며 사람들이 의심이라도 할까 봐 말끝마다 믿어주세요,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는 보통 사람의 시대가 올 거라고 밑도 끝도 없이 말하고 다녔는데, 얼핏 들으면 궤변처럼 들리는 그 말을 등에 업고 놀랍게도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 후에도 그의 행보는 남 달았다. 대표적으로, 퇴임 후 전대 대통력과 나란히 수갑을 차고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등 보통 사람은 좀처럼 하기 힘든 삶을 차곡차곡 살았다.(7쪽)
마지막 문단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지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232면)
주인공 지혜, 디아망 아카데미에서 일로 만난 사람들, 우쿠렐레를 함께 배우며 동지가 된 사람들, 원래 친구 다빈, 고교시절 트라우마 또 다른 지혜(공윤), 특이한 사람 규옥. 반복된 실패로 무력화된 서른살들, 이런 서른살과 비슷한 처지의 또다른 서른 살들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세상을 바꾸려고 아니 세상이 바뀌나 보려고 몸부림 같은 일들은 계획하고 실행하기도 한다. 그런 부질없는 몸짓들은 자기가 존재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닌 바뀌려도 해도 변화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없는 길을 만들고, 충분하진 않으나 길이 생기고, 변하고, 밀려서 혹은 스스로 해가 뜨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한다.
지혜는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다. DM 아카데미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일하는 동안 조금씩 성장하고 적응하면서도. 동생의 말처럼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 대신 정해진 길 위를 안전하게 걷는 것이 가장 실용적인 삶의 방식이라 인정할 수 없는 지혜. 나의 서른도 비슷했었다. 세상 나만 억울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 세상 모든 서른 혹은 지혜에게. 그저 하고픈 대로 살라고 말하면 너무 시니컬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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