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9
백희성(2024). 빛이 이끄는 곳으로, 북로망스.
12/7~ 12/15
백희성이란 이름이 낯설다. 그저 도서관 신착코너에서 갖고 왔을 뿐이다. 건축가가 쓴 소설이란? 궁금하지 않은가? 죽음에 대한 얇은 책뒤에 읽기에 적합하다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시험과 학기말 일정에 쫒겨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읽다 보니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오랜만에 소설의 스토리 속에서 고통스럽기보다 두근두근 설레면서 읽었다.
집과 기억, 가족과 인연, 사랑과 책임 등 인간의 윤리 속에 있어야 할 귀한 단어들이 집을 중심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내가 사는 공간 즉, 나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지금을 살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집도 중요하지만 나 다음 이 집에 살게 될 이가 누구인지, 혹은 누구였으면 하는지도 생각해 본다면 지금을 더욱 의미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또는 말로 전하지 못한 사랑과 기억을 그에게 어떻게 남겨주어야 할지도 생각했다. 그리고 건축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누군가를 만난 기억을 가슴에 새기고 오래도톡 남기고 싶어 일기를 쓴다는 것. 그 날짜를 자신의 건물 이름으로 한다는 것, 언젠가 찾아올 아들을 위해 그 단 하루를 활용해 비밀의 기록을 숨겨둘 수 있다는 것, 그런 얘기가 도서관에서 시작된다는 것. 모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남자이면서 아빠였던 인간 프랑소아. 외로운 사람이었지만 사랑과 선의가 넘치는 건축가, 외로운 사람들이 만든 새로운 가족의 가계. 아나톨 가르니아. 가족이 전부인 그녀, 가족으로 구하고자 애쓴 결과 남은 초라한 몸과 실명, 가족을 잊을 수 없어 찾은 자신의 집, 그 집을 기꺼이 내준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 여자, 죽은 자녀만큼 사랑한 업둥이 아들. 피터.
오랫동안 아버지를 오해한 피터는 아버지가 남긴 비밀을 풀어준 건축가 뤼미에르 클레제. 소설의 주인공 건축가 뤼미에르가 풀어준 저택의 비밀은 아버지의 사랑이었고 그 사랑은 죽어가는 자신을 살려 다시 그 집에서 아들과 손자손녀로 이어나간다.
집이란 무엇일까? 집은 가족을 위한 것이고, 집이란 공간에서 가족은 가족만의 사랑과 기억을 만들어놓는다. 가끔 생기는 오해와 갈등으로 가족이 해체되기도 한다지만 각자는 기억할 것이다. 생의 어느 한 순간 특정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았던 가족들과의 얘기를. 그 얘기가 미움과 원망이 아니라 사랑이기를. 백희성을 기억해 두고 싶다.
통로나 복도 같은 길은 사람만을 위한 것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물길도 길이도 바람 골도 길이다. 세상 만물이 지나는 길, 같은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상이 무엇이든 흐르게 해주는 것이었다. 숱 속을 걸을 때도 가끔 멈추어 지나가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지 않는가. 그것은 우리가 바람이 다니는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바람 길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옮겨주는 길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 병원에서 그 좁은 복도를 보기 전까지 내게 길이나 복도는 그저 건축의 물리적 요소 중 하나일 뿐이었다.(84쪽)
지금까지 세상에서 찾아낸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늘이다. 하늘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한번도 같은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위로해 온 하늘이다. 나는 지금 나뭇잎으로 수놓은 오늘만의 하늘을 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생각'읻. 사람의 생각은 경계가없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와도 같다. 그리고 생각을 잘 정제해 실현하면 위대한 실현하면 위대한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은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 선악과처럼 잘 쓰면 이롭지만 잘못 쓰면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 병원는 프랑스와라는 사람의 생각을 완전히 담아낸 그릇일지도 모른다. 그의 생각은 어떤 것이기에 병원의 이름이 '4월15일의 비밀'일까?(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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