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햇살 와랑와랑^^

가끔은 이렇게/뽀시래기 텃밭 일기

두 권의 책

Jeeum 2026. 3. 31. 08:48

2026년 텃밭농사가 시작되었다. 노동이란 특별해서 시작하긴 힘들어도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특히 날이 좋으면 더욱 그렇다. 터벅터벅 땅을 향해 걸어가는 길, 잠시 멈춰 바라보면 그저 들어오는 풍경과 끝없이 보이는 하늘과 온몸으로 전해오는 햇살과 바람 그리고 자연의 냄새, 모두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 속에 몸을 잔뜩 낮추고 숨만 쉬고 있을 식물을 핑계로 멀리했던 땅, 집안에 침잠하는 것이 좋아 텃밭노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싶지만 봄이 멀리고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일정한 날이 되면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오는 이상한 행위 중 하나이다. 내게는. 

 

나는 여전이 초보 텃밭농사꾼이다. 꾼이라는 접사를 붙이기도 분명히 애매한 수준이다.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 샌님 기질이 강해 농사도 책으로 이해하려 들었다. 그래서 실패도 많이 했다(여전히 그렇지만). 하지만 땅에서 벌어지는 일은 실패라곤 말하지만 대부분 실패가 아닌 특별한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무한히 반복하면서 주변 농사꾼들의 친절한 조언, 그저 견디며 반복적인 일을 해대는 무던한 시간이 쌓이면 엄청난 꾼의 기질을 만들어낼지 모를 일이다. 

 

내가 참고하고 있는 두 권의 책에 대한 메모를 남기고 싶다. 저자들은 여전히 모르겠지만 내가 두 분의 도시농부에게 얼마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메모를 남겨두고 싶어 기록한다.

 

이렇게 꿈틀꿈틀 봄이 가까워오면 책장 속에서 겨울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두 권의 책이 거실 주변에 놓인다. 사계절 모든 농사가 끝이날 때까지 언제나 변함없이 주변에서 뒹굴거린다. 일부러 찾아보기도 하고 어쩌다 또 보기도 한다. 텃밭에서 가꾼 것과 요리, 텃밭과 그림의 콜라보. 두 권 모두 내 취향에 딱 맞아떨어진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김인혜(티니맘)(2020). 작은 텃밭 소박한 식탁, 레시피팩토리.

유현미(2023). 도시텃밭 그림일지 밭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 오후의 소묘.

 

 

올해도 여지없이 다시 꺼내 계속 가까이에 두고 해야 할 일과 시기를 확인하고 읽어본다. 두 권의 저자는 모두 서울 경기 지방의 텃밭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날씨의 차이가 큰 대구와 시간차가 필요하다. 이것도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된 것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안내하는 대로 마음을 정하고 움직이고 심고 거두면 크게 어긋나는 일은 없다. 올해도 두 권은 모두 나의 농사 지침서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농부는 보지 못한 것들을 보게 해 주고, 요리를 하는 엄마는 어떻게 먹는지 건강한지 알려준다. 감사한 일이다.

 

도시에서 텃밭을 하는 것은 강한 노동이 필요한 일이다. 또한 대부분 땅을 다듬어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수확할 때까지 상당히 긴 시간을 적절한 관심과 집중이 따라가야 하는 일이다. 땅에서 싹이 나오는 일, 싹이 씩씩하게 제 키를 키우는 일, 꾸준히 성장하는 일, 풀과의 씨름, 영양을 보충하는 일, 거친 햇빛과 지혜롭게 친해져야 하는 일 등등. 시간적 여유가 조금 많아진 올해는 좀 더 텃밭을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해진 두 권의 책에 대한 메모를 특별하게 남기고 싶어졌다. ㅎㅎ

 


 

흙이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바위가 부스러져 생긴 가루인 무기물과 동식물에서 생긴 유기물이 섞여 이루어진 물질'로 풀이한다. 다른 말로는 '토양'. 설명이 좀 딱딱하지? 인간이 흙에서 생겨났다는 말은 없구나. 생략되었을 뿐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절로 자라는 풀이며 사람이 심어서 돌보는 작물을 보면 흙이 엄마인 것이 틀림없다. 이 큰 엄마한테서 인간도 다른 동물도 나왔겠지.(도시텃밭 그림일지,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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