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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고마운 마음

Jeeum 2026. 4. 7. 07:56

2026-16

델핀 드 비강(2019), 윤석헌 역(2020). 고마운 마음, 레모.

4/2~4/6

 

제주올레어반스케치여행과 이은 며칠간의 제주여행에서 동행한 책으로 선택한 책이다. 작고 얇아 여행 중 읽기 편할 것으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방 속에 넣었는데 공항 대기실에서 읽기 시작할 때 결코 가볍고 얇은 책이 아님을 즉시 알았다. 구병모 작가의 추천사에서부터

 

삶의 마지막 나날에 사람에게 남아 있는 것은 무얼까.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가야 하는 것은 또 무얼까. 돈? 지식? 명예? 재능?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지는 저마다 대답이 다양하겠지만, 소설 <고마운 마음>을 읽고 당신이 간직 할 하나의 가치를 발견하기 바란다. 구병모(소설가)

 

 

그녀는 뒤쪽에 있는 아파트 문을 닫는다. 수백 번도 더 닫았던 문이지만 오늘이 마지막임을 그녀는 안다. 자신이 열쇠를 자물쇠에 넣어 돌리고 싶어 한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안다. 수백 번 더 반복했던 이 행동들을 더 이상 할 수 없으리라.(36쪽)

 

"이리로 오세요, '셀드 부인', 저리로 가세요, '셀드 부인', 이름을 부르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건 슬픈 일이지만요."(45쪽)

 

"사면서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를 관심을 가지고 보살폈어. 나 말고 다른 사람 말이야, 그게 모든 것을 바꾸더라, 알겠니. 마리야. 다른 사람 때문에 두려울 수 있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 때문에. 그래도 그건 정말 큰 행운이란다.(89쪽)

 

나는 언어치료사다. 말과 침묵, 말해지지 않은 것들과 일한다. 수치심과 비밀, 회한과 일한다. 부채와 사라진 기억들, 그리고 이름, 이미지, 향기를 거쳐 되돌아온 기억들과 일한다. 나는 어제와 오늘의 고통과 일한다. 속내 이야기들과.

그리고 죽는다는 두려움과 함께,

이런 것들이 내가 다루는 일이다. (126쪽)

 

나는 편지를 보지 않고 봉투에 집어넣고, 그녀가 보는 자리에서 밀봉한다. 그녀는 분명 이런 존중을 받을 가치가 있다. (172쪽) 

 

나는 침묵이 우리를 둘러싸게 둔다. 침묵은 함께 나눌 줄 알아야만 하는 공간이다.(175쪽)

 

미쉬카 셀드. 노인이다. 빠르게 쇠락하는 중이다. 교정교열을 오랫동안 했던 그녀기에 언어, 말을 사랑한다. 실어증에 걸렸다. 착어가 심하고 표현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말이 사라지는 것과 더불어 더 이상 혼자 살 수 없다. 요양원으로 간다. 자신이 간절하게 오래 바랐던 고마움을 표현한 다음 잠을 자며 편히 이 생을 마쳤다.

 

그녀는 유대인이다. 엄마는 나치를 피해 도망치다 니콜과 앙리부부에게 어린 미쉬카를 맡겼다. 돌아온다 약속했지만 전쟁은 엄마를 앗아갔다. 자신을 위험에서 구해준 니콜과 앙리에게 간절하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한다. 마리와 언어치료사 제롬이 그들을 찾아주었다. 마리는 그녀의 윗집에 살던 방임받던 아이다. 그녀는 마리를 보듬어 키웠다. 니콜과 앙리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제롬은 미쉬카가 있는 요양원의 언어치료사다. 그녀의 실어증이 그의 일이다. 제롬은 부친에게 학대를 받았다. 지워지지 않은 상처를 안고 자랐다. 미쉬카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단순히 말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미쉬카, 마리, 제롬 3 사람의 이야기. 모두 어린 시절 깊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 상처를 안고 살아오고 살고 있는 동안 자신을 보듬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나이를 먹는다는 것, 돌봄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돌본다는 것, 말로 표현한다는 것의 의미를 숙고하게 만든다. 구병모 소설가는 이 책을 읽고 간직할 하나의 가치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했다. 내게 남은 단 하나의 가치 언어는 무엇인가. 남은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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