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비도 눈도 귀하더니 드디어 봄비가 내렸다. 지난주 내내 으슬으슬 춥고 감기 기운에 힘들었다. 춥다고 주말에도 집안에 갇혀 지냈다. 일요일은 아침부터 반가운 해가 떴다. 드디어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서툰 농사꾼의 마음에도 설렘이 찾아왔다. 물기에 젖은 땅이 질척 거릴지 모를 일이지만 이미 마음은 밭으로 갔다. 단단히 차려입고 밭으로 갔다. 물기 오른 땅에 냉이가 가득했다. 부지런한 농부는 이미 채비를 마쳤고, 서둘러 비닐을 씌워 뿌려둔 씨앗에서 이름 모를 싹도 고개를 밀고 있었다. 나의 텅빈 밭에도 봄은 와 있었다. 고마운 비 덕분인지 양파가 싱싱하게 줄기를 뻗고 있었다. 겨우내 노랗게 숨죽여 있던 부추에서 파릇파릇 싹이 올라왔다. 얼마 되진 않지만 쪽파와 대파가 굵고 싱싱해 보였다. 그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