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뽀시래기 텃밭 일기

새해 농사 시작 : 밑거름 주기

Jeeum 2022. 3. 21. 10:57

겨우내 비도 눈도 귀하더니 드디어 봄비가 내렸다. 지난주 내내 으슬으슬 춥고 감기 기운에 힘들었다. 춥다고 주말에도 집안에 갇혀 지냈다. 일요일은 아침부터 반가운 해가 떴다. 드디어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서툰 농사꾼의 마음에도 설렘이 찾아왔다. 물기에 젖은 땅이 질척 거릴지 모를 일이지만 이미 마음은 밭으로 갔다. 단단히 차려입고 밭으로 갔다.

 

물기 오른 땅에 냉이가 가득했다. 부지런한 농부는 이미 채비를 마쳤고, 서둘러 비닐을 씌워 뿌려둔 씨앗에서 이름 모를 싹도 고개를 밀고 있었다.

 

나의 텅빈 밭에도 봄은 와 있었다. 고마운 비 덕분인지 양파가 싱싱하게 줄기를 뻗고 있었다. 겨우내 노랗게 숨죽여 있던 부추에서 파릇파릇 싹이 올라왔다. 얼마 되진 않지만 쪽파와 대파가 굵고 싱싱해 보였다. 그 사이에 곰보배추도 자리를 잘 잡고 있었다. 때문인지 겨울을 난 밭이지만 앙상하고 설렁하지만은 않았다. 다행이었다. 

 

쪽파 곰부배추 대파 부추 그리고 옮겨심은 아기 상추

 

지난겨울 전 행여나 싶어 뿌렸던 상추가 모종이 될 만큼 자랐다. 밭 전체에 로터리를 치려면 모두 뽑아야 할 판이었다. 그저 버리기 아까웠다. 옮겨 심어도 될까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알려주셨다.  부추 옆에 자리를 내어 옮겨 심었다. 잘 자라주면 감사할 일이다. 경사면에 냉이가 가득 자라 꽃이 피었다. 발길이 드문 곳을 제외하고 뽑아주었다. 사람 마음이 참 신비롭다. 작년 봄에는 이 냉이가 얼마나 신기하던지 올케와 틈만 나면 올라와서 캐곤 했는데. 올해는 영 챙겨둘 마음인 안 생긴다. 너무 많아서 일까. 넘치는 것은 결코 좋은 것만이 아님에 분명하다.

 

내게는 여전히 너른 땅에 복합비료 1/4, 유박 한포대 듬뿍 밭에 부렸다. 모아둔 커피 찌꺼기도 모두 부었다. 이제 땅의 주인이 흙을 뒤집어 주면 두둑을 만들고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을 것이다.   

 

양파가 싱싱하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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