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포기의 배추가 무럭무럭 자랐다.
이것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토요일 오후의 밭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이미 다른 이들의 밭은 텅 비어있었다.
집집마다 흥겨운 김장 담그기로 시간이 채워질 것이다.
10포기 남기고 모두 뽑았다.
내가 키운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뽑는 동안에도
무거운 것들을 끌고 내려오는 동안에도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베란다에 쌓아두고
어디로 보낼 것인가 고민한다.
피아노 샘에게 가장 작은 배추 한 포기와 무를 주었다.
무로 슴슴한 깍두기를 담았다.
낼 아침에는 배추로 된장국을 끓일 작정이다.
밭에서 배추 뽑기를 도와주던 조카가
맥락도 없이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고 싶다 했다.
'배추로 쌈 싸 먹는 게 아니고??'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뒤늦게 뿌려둔 씨앗들에게서 여린 잎들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피자엔 샐러드가 필요하지.
샐러드 용으로 듬뿍 캐왔다.
또띠아 용의 얇은 도우에
수제 사과잼으로 달콤한 맛을 내고
쿰쿰한 블루치즈를 올리고
호두로 고소한 맛을 첨가해서
피자치즈 듬뿍 올렸다.
생각보다 맛있다.
샐러드는 간장 올리브 소스면 충분하다.
3장의 얇은 피자로 세 명이 함께 저녁을 먹었다.
베란다에는 배추가 잔뜩 쌓여있다.
뭔가 가득찬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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