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2018). 당신의 아주 먼 섬, 문학동네. 정미경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작가의 유일한 유고작이라 했다. 초고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그대로라고 했다. 세심한 손길이 충분히 닿지 않아서일까. 좋았다. 작가의 문장은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잔잔하지만 오래도록 내 마음에 길을 내며 흐를 것 같았다. 마치 무채색의 수묵화를 보듯, 파스텔톤으로만 만들어진 세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칠고 강한 바다와 그 속에 강인한 무게감으로 존재하는 섬들과 섬에 사는 사람들의 얘기인데도 그랬다. 강하다는 것은 부드러움일지도 모른다. 거친 해풍이 일면 바다풀이 저절로 눕는 것처럼. 바다를 배경으로 사는 사람들은 강해야 살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강함을 드러내진 않는다. 섬사람의 삶은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