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오후 늦게 텃밭으로 갔다. 연휴 이틀간 내린 비로 땅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수분이 모자라 틀대로 튼 땅이 그 많던 균열 하나 없이 푸근히 내려앉아 제 색깔을 띠고 있었다. 고탄력 메모리 폼을 밟는 듯한 감촉이 발 끝으로 느껴진다. 끝이 말라 짧게 잘라 두었던 부추들이 비를 맞고 탱탱하게 씩씩하게 다시 줄기를 뻗고 성큼 키도 커졌다. 붉은 땅을 배경으로 줄지어 선 초록들이 마치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 속의 유모세포처럼 배열이 가지런하다. 적상추를 일부 베어낸 땅에 이번에는 청상추 씨앗을 뿌렸다. 수분을 머금어 보슬거리는 땅 속으로 가는 몸을 숨긴 씨앗들이 숨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장마가 오기 전 싹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비를 듬뿍 맞은 청경채, 겨자채, 당근, 루콜라에는 작은 흙먼지 조차 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