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2005). 비밀과 거짓말, 문학동네. 갑자기 비가 내린다. 윗집에서 빨래 물 내리는 소리인가 했는데 '소나기' 내리는 소리였다. 잠깐 아주 거세게 비를 뿌리다 급히 잦아졌다. 베란다 망에 커다란 '매미' 한 마리가 비를 피하고 있다. 비가 그쳤지만 그대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 학기를 준비하느라 오랜만에 낯선 지식이 담긴 문장들을 읽는다. 메모를 하고 머릿속으로 지식의 지도를 만들어 본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뇌 세포가 움직이는 듯한 신선한 감각이 나쁘지 않다. 강한 빗소리가 주는 청 감각적 느낌에 인간의 음성에 관한 낱말들을 연관시켜 차곡차곡 저장시켜 나간다. 은희경의 소설은 늘 참신했었다. 다양한 나이의 화자는 늘 냉정한 이성을 지닌 관찰자의 시점으로 인물과 사건을 얘기해 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