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 싶은 시간이다. 늘 그렇듯 이른 시간에 새소리에 눈을 뜬다. 부쩍 새들이 많아졌다. 숲이 우거질수록 새들이 많아진다. 새가 우는 소리는 마치 엄마가 부르는 소리처럼 들린다.
책을 읽는다. 지금 읽는 책은 심윤경 작가의 최근 작 <영원한 유산>이다. 방학을 하고 3권째이다. 읽는 재미!!. 2021년에 는 100권을 책을 읽기로 했다. 쉽지 않다. 틈이 날 때 부지런히 읽고 있다. 꾸준하게 읽다 보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비가 내린다. 베란다 안전망에 물기가 맺혀있다. 베란다 문을 열면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사각사각 연필로 글을 쓸 때처럼 조용히 비가 내린다. 여름 아침의 공기가 시원하게 내려앉았다가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베란다 가득 풀향기를 머금고 솟아오른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어제 이달희 샘에게 손수 만든 산딸기잼은 받아왔다. 내가 만든 살구 잼과 언니가 만든 산딸기 잼이 오늘 아침이다. 식빵을 구워 두 개의 쨈을 듬뿍 발라 한입 깨문다. 식빵의 고소함과 잼의 달콤함, 산딸기 씨앗이 씹히는 맛. 새콤한 살구의 맛. 먹는 재미!!! 소박한 아침 식사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지금이 감사하다.
헐렁헐렁한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길을 나선다. 한주의 마지막. 금요일 아침의 출근으로 차들이 차들을 모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소리가 되어 날아다닌다. 어수선한 길을 뚫고 강 쪽으로 걸어간다. 강이 가까울수록 소리는 멀어진다. 비가 와서인지 강가를 걷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그저 걷는다. 팔공산 쪽으로 걸으면 산에서 부는 바람이 느껴진다. 겨울의 그것은 힘겨움이었는데 여름날의 그것은 기꺼이 받아줄 수 있는 시원함이다. 같은 길, 같은 걸음이지만 계절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 둔해진 감각으로도 느낄 수 있는 건 계절이 주는 선물인 것이다. 느끼는 재미!!!
집으로 오니 현관 앞에 택배 박스가 놓여있다. 재주상회에서 온 것이다. 늦어진다는 문자를 받은 것은 얼마 전인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처럼 갑자기 기분이 상승한다. 어떤 그림이 들어있을까. 어떤 선물이 들어있을까. 여름호 iiin에는 어떤 소식들이 가득할까. 두근두근. 하나씩 언박싱. 기대하는 재미!!!
'리모'의 여름 그림에는 제주의 여름 하늘과 바다를 온몸으로 즐기는 엄마와 아이가 있다. 그야말로 싱싱하고 신나는 여름이다. 그 싱싱한 여름이 작은 접시에도 담겨있다. summer2021 iiin 30호의 표지에도 파도를 타는 사람들과 동물 그리고 돌하르방까지 모두 즐거워 보인다. 비 소리에 낮게 내려앉은 이 공간의 기온이 높아지는 느낌이다.
지난 학기는 유달리 수업도 많고 어지러운 일들도 많았다. 일도 일이지만 사람으로 인해 받는 어려움이 새삼스러웠다. 지금의 나는 그저 그 시간들을 무사히 건너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잠시 쉰다. 쉬어도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이 끝나면 다시 분주한 일이 있고, 그 일에는 책임이 있고, 다시 건너야 하는 강이 있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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