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여가 즐기기

2021, Summer Holliday

Jeeum 2021. 6. 16. 14:30

텃밭을 하는 즐거움은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고 가꾸고 거두는 것만은 아니다. 나 같은 초보에게 기꺼이 자신의 땅을 내준 이의 밭에는 각종 나무와 식물들이 자란다. 지금 계절에 그 밭에는 매실이 가득 달려있고, 밤꽃이 피어있고, 감나무에는 애기 감이, 블루베리 나무에도 배나무에도 작은 열매가 잔뜩 달려있다. 오고 가는 길에 이것들을 보고 느끼는 재미가 엄청 쏠쏠하다.

 

며칠 전 일요일, 살구를 땄다. 뜨거운 날씨에 흘린 땀이 어마어마하다. 인심 좋은 그분이 잔뜩 살구를 주셨다. 그냥도 먹고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푹 익은 살구는 마치 복숭아처럼 달콤하고 부드럽다. 단단한 과육을 씹으면 그야말로 새콤달콤하다. 어릴 적 봤던 살구는 크기가 작아 한 입 깨물면 그만이었는데, 오늘 내 손에 있는 살구는 크기도 크고 맛도 신맛보다 달콤한 맛이 강하다.

 

실습 수업에 분주했던 이틀을 보내고 오늘은 처음으로 여름방학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피아노를 치고, 못난 것이지만 오랜만에 그림도 그려본다. 가끔은 이런 날이 이런 시간이 내 일을 내 삶을 지키는 에너지가 된다. 즐길 수 있을 때 충분하게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스에 남은 살구 네 개로 쨈을 만들었다. 작은 병을 소독하고 담았다. 왜 이리 즐거운지 모르겠다. 만드는 재미가 이런 것일까? 점심을 먹은 뒤라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바케트 한조각에 듬뿍 발라 먹었다. 먹는 재미가 있다. 새콤한 살구 쨈이 되었다. 보기에도 이쁜 주황빛이다. 제주 귤빛을 닮기도 했다. 보는 재미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