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일기

한줄 일기 2021. 07. 10

Jeeum 2021. 7. 11. 06:16

"매일 걸을 거야?" 여행 동무가 묻는다. "응.'이라 대답은 했지만 매일 걷는 것은 힘들다. 놀기로 했다.

 

TV를 보다 물회가 먹고 싶어 졌다. 자는 애를 깨워 나섰다. 여행자센터 맞은편 '삼보 식당'에는 이미 사람이 가득하다. '자리물회'를 먹었다. 기대만큼 맛이 없었다. 왜 맛집인지 모르겠다.

 

오늘은 남동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곶지왈 도립공원'이다. 낯이 익은 도로를 달린다. 걸으면서 친해진 길을 차로 달려본다. 걷는 것과 자동차 여행을 적절히 섞으면 마을도 자연도 사람도 잘 보인다. 자동차 여행이 기본 뼈대라고 한다면 걷는 여행은 그곳의 속살을 느끼는 것이다.

 

오설록 이니스프리 하우스가 나왔다. 예정에 없었는데. "빙수 먹고 가자." 여름은 빙수니까. "지난번에 '오름 빙수' 못 먹었잖아." 역시 달콤하고, 깨끗하게 맛있다. 새 한 마리 우리 앞에 날아와 날아가지 않는다. 귤 말랭이를 주었더니 먹는다. '직박구리'란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앞의 새를 사진에 담는다. 고양이도 강아지도 아닌 새와 함께 먹는 빙수, 참새도 비둘기도 아닌 직박구리라는 이름의 새와 같이 먹는 빙수. 제주니까 가능할까.  

 

 

영어마을이 나왔다. 아까운 '곶자왈'을 밀어내고 지었다는 국제영어마을이다. '제주의 허파' 곶자왈 가는 길에 도에 넘치는 인간의 욕심을 본다. 때깔 좋은 건물들이 많다. 유달리 수입차들도 많다. '스타벅스'에 들렸다. 조카가 갈망하는 지난봄 시즌 제주 한정판 텀블러가 혹시 있을까 하여. 네 번의 제주 방문만에 드디어 원하던 텀블러를 샀다. 그토록 없던 것이 여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알 수 없다. 번번이 실망했던 텀블러를 사서 기뻐하는 조카를 보니 내게는 아무 의미 없는 물건이지만 조금 행복했다. 물건에 대한 욕심.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영어마을 바로 옆. 곶자왈 도립공원 입구. 기쁜 마음으로  갔다. 그러나 이미 입장 마감 시간. 오후 4시가 지났다.  처음 목적이 곶자왈이었는데. 목적을 잊고 말았다. 너무 놀았다. 방향을 잃진 않았지만 샛길로 빠지는 일이 많아지면 이런 낭패를 본다. 그래도 좋기로 했다. 날씨도 좋고, 사람도 좋고, 시간도 딱 좋다.  

 

추사관으로 갔다. 여러 번 가려고 했지만 뜻대로 가지 못했던 장소이다. 제주 대정 8년 동안 추사 선생님의 흔적을 보러 간다. 세한도를 닮은 그 유명한 건축물을 만나러 간다. 대정현의 높은 담장. 원래부터 있던 것인지 궁금하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막으려고 했던 것일까. 추사관으로 가는 길의 선생님의 동상이 너무 밝게 웃고 있다. 민망할 정도로. 무엇이 그리 행복하시길래 저리 웃고 계시는지. 추사가 머물렀던 집을 빼면 모든 집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여행자라고 어슬렁거리기 미안했다. 그냥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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