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39. 나의 아름다운 정원

Jeeum 2021. 7. 29. 14:46

심윤경 (2013). 나의 아름다운 정원, 한겨례출판.

 


Story

 

주인공 동구, 동구의 시점에서 서술된 가족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

 

1977년 여동생 영주의 출생부터 1981년 영주가 죽고 난 직후까지

자신, 가족, 학교, 이웃, 세상

 

동구와 영주,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

지금의 서촌 가장 높은 곳에 살았다.

4학년이 되도록 읽기 쓰기를 하지 못한 지지리 못난이

자신을 도와준 유일한 선생님, 박영은 선생님

동구의 첫사랑이자 성장의 원동력.

 

사랑하는 타인인 선생님과

유일무이 사랑의 결정체인 동생을 잃고 성장하는 동구의 이야기


소설 속의 지식

 

<제3장 난독의 시대> 제목만 보고 세상에 대한 난독인가 했더니

그것 말고 진짜 동구의 난독에 대한 박영은 선생님의 지도가  

상세히 적혀 있다.

깜짝 놀랐다.

교육학 전공자인가 싶기도 했다. 작가가.

이미 알고 있는 교육방법이

소설 속에 소설의 문장이 되어 있었다. 무척 흥미롭고 재밌었다.

<학습장애 언어재활> 수업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인용해 볼 작정이다. 


남은 문장

 

여행 중 읽다가

너무 웃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을 마치고 매미소리를 배경 소음 삼고, 선풍기 바람을 친구 삼아 읽기를 마친다.

모든 문장에서 위트가 넘쳤고,

9살 소년들이 모두 이러한지 궁금했지만

여전히 생각 속에 남아 떠도는 문장을 정리해본다.

 

 

데모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입속으로 웅얼거렸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자 데모라는 말에서 느껴지던 지독한 이물감이 사라졌던 것이다. (268쪽)

 

살아있는 나뭇잎들과 한때 살았던 나뭇잎들은 함께 힘을 합쳐 매우 향긋한 공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곳을 감도는 바람은 단술처럼 맛있다. (17쪽)

 

아주 어린 시절에 일어난 일들은 손바닥 위에 얹힌 눈송이처럼 어느 결에 스르르 잊히기 마련이지만, 어느 하루, 뒤꼍에서 맞이한 어느 봄날은 꿈결에 보았던 한 장면처럼, 현실감이 퇴색되어 오래되 수채화처럼 어렴풋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22쪽)

 

영주는 마치 갓 쪄낸 백설기나 두부처럼 하얗고 따뜻하고 향기로웠다. 침을 조금 흘리긴 했지만 그것도 꽤 귀여운 정경이었다. 나는 동생이 목을 가누지 못할 때부터 그 아이를 안고 다녔고 그 분홍색 발바닥을 매일매일 쭉쭉 빨았다.(25쪽)

 

우리의 목부터 허리까지 찰지게 감싸고 있는 질긴 나일론 윗도리를 있는 힘을 다해 훌떡 벗어젖히면 어둠 속에 고양이 눈처럼 파란 불꽃이 번쩍 튀고 머리칼이 꽃받침 위의 민들레 갓털처럼 온통 들떴다. 영주가 만족할 만한 큰 불꽃을 몇 번 만들고 나니까 내 머리카락은 한 가닥도 같은 방향을 향하는 것이 없게 되었다.(97쪽)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겔겔거리며 삼촌이 건네준 아까시 꽃을 한 송이 두 송이 입에 넣었다. 달큰하고 아릿한 맛이 입안에 배어들고 콧속으로는 향긋한 꽃 내음이 가득 번졌다.(221쪽)

 

모퉁이 집 시멘트 담에 소담하게 걸쳐 늘어진 포도덩굴 그늘에서 참새 한 마리가 새파란 포도알을 찍다가 우리의 발소리에 놀라 포로롱 날아가자 우스운 일도 아닌데 으허허 웃기도 했다.(232쪽) 

 


낱말 공부

 

왈그렁

새살새살

부얼부얼

왁살스런

주억거리다

 

재밌는 의성어 의태어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