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연 (2021), 불편한 편의점, 나무옆의자.
목요일 밤. 장거리 출퇴근 중인 내게 그녀의 차로 퇴근을 하는 날이면, 금요일 아침 언제나 마음이 여유롭고 가뿐하다. 오늘이 금요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와 다르게 그녀는 피곤함에 짓눌려 힘든 아침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득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걱정 등의 감정이 오가는 출근길이다.
어제 도서관에서 밀린 책들은 반납하고 다시 6권의 책을 빌려왔다. 그중 한 권.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표지를 장식한 편의점 always의 불빛이 따뜻하고, 나이 든 여성과 듬직한 등을 가진 남성의 대화가 편안하게 느껴져 먼저 집어 들었다. 그동안 불편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책을 읽었던 탓일까. 노란 불빛의 경쾌한 따스함이 기분을 들뜨게 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파우치를 잃어버린 편의점 점주 염영숙 여사(교사 정년 후 편의점을 운영하는)와 아들, 파우치를 찾아주고 홈리스에서 편의점 알바로 일하며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가는 남자 독고, 편의점 알바생(시현과 선숙)과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서울역 홈리스 독고와 염여사가 만나 독고가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는 과정이 흔히 보는 감동 드라마 같지만 가슴 뭉클거리게 하는 것이 있어 몰입해서 읽었다. 편의점은 운영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GS of GS, 진상들이 많다는 사실, 알바 구하기 힘들고 알바와 함께 일을 한다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현실을 잘 알려 주었다.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 술과 닮은 빛깔의 '옥수수수염차'를 마시고, 편의점의 혼술 최고 메뉴가 '참참참'이라는 것도 재밌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가족의 현실에서 소설이라고 하기보다 휴먼 드라마 같은 소설이었다. 따뜻한 문장도 많았다. 챙겨봐야 할 책이나 미드로 있었다. 독고가 실은 의료사고를 일으킨 의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그가 가족을 잃고 재산을 잃고, 마음과 기억마저 잃어버리고, 결국에는 홈리스가 되고야 만다는 사실의 전개는 다소 지루했다.
마음에 구멍이 나서 인간애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훈훈함을 안겨줄 수 있는 소설로서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속상할 땐 옥수수...... 옥수수수염차가 좋아요."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요. 대체 왜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치우고 이상한 데 빠져서 인생을 낭비하죠? 주식이니 영화 제작이나 다 도박 같은 거 아닌가요? 대체 우리 아들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죠? 예?"
"그게..... 아직 젊잖아요."
"들어주면 풀려요."
" 발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에 친절해야 한다고......"
"살아있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캐릭터들이 부딪치는 정극을 쓰고 싶었다. 관객이 소외되지 않는 공연을, 관객이 무대 위의 배우를 자기인 양 몰입할 수 있는 극을 만들고 싶었다. 관람 중에는 쉼 없는 재미와 긴장을 느끼고 막이 내린 뒤 거리에 나서면서는 극의 의미가 곱씹어지는 그런 작품을 완성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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