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가 곁에 있는 날의 잠은 달다.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지만 개운함이 조금 다르다. 어쩔 수 없다.
토익 스피킹 시험을 치는 유니와 동행하느라 개점 전의 교보문고에 줄을 서 본다. 이른 아침이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대한민국은 부지런한 나라다.
소설 '파친코'의 인기를 서점에서 느낄 수 있다. 아직 드라마도 소설도 보지 못했다. 조금 뒤의 즐거움으로 잠시 남겨둔다. 류시화 시인의 새 책도 순위에 들어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도 여전히 인기다. 최은영의 신작 소설도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꼭 닮은 책도 있다. 조만간 손이 갈 듯하다.
그림용 펜과 붓을 샀다. '핫트랙스'를 느긋하게 돌아본다. 'DANSOON' 브랜드 코너를 발견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친환경적 상품들이 마음에 쏙 들어왔다. 휴대용 연필깍기, 입욕제 그리고 무선 충전기를 샀다. 나는 갈수록 색이 적은 것이 좋다. 거실이나 안방은 색의 가짓수가 적도록 노력한다. 그게 편안하다.
나는 교보문고 옆 '스타벅스'에 있다. 어느 한 때 누군가가 마음으로 보내준 오래된 쿠폰으로 '오늘의 커피'와 '흑임자 케익'을 즐긴다. 이런 시간에 대구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책을 보고 글을 쓴다. 여가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시윤을 기다리는 시간도 좋다.
반월당에 커다랗고 붉은 지방선거용 현수막이 붙었다. 아~~~ 나는 저 붉은 색이 싫다. 붉은색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굳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나 나는 싫다. 내가 싫은 것을 비난하지 말았으면 한다.
카페의 공간이 넓다. 넉넉해서 좋다. 드립한 '오늘의 커피'도 좋다. 흑임자 케이크도 밋밋하고 달지 않아 좋다. 조용해서 가장 좋다. 눈앞에 일상이 지나간다. 거슬리는 소음은 알아서 차폐시킨다. 유리창 밖으로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응급차가 지나가고, 빠르게 자전거와 사람들이 지나가고, 버스와 택시도 지나 간다. 일요일 오전이 4월의 햇살 아래 분주하게 시작한다. 대구는 시티투어 버스마저 빨간색이다. 지붕 없는 2층 버스에 앉아 봄날의 햇살을 받으며 소소한 여행을 해보고 싶어 진다.
세 명의 성인들이 '좌파'라는 단어를 뱉어내며 내 편안한 시야를 가린다. 자리도 많은데 하필 내 눈앞에 앉는다. 그들을 피해 자리를 옮겼다. 무슨 이유로 좌파 운운하는지 궁금하지만 일요일의 여가를 해치고 싶지 않아 자리를 옮긴다. 대체 누굴 보고 좌파라고 하는지. 좌파(?)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었다는 것은 아는지. 대구에 살면 어디를 가도 이런 대화를 쉽게 본다. 어쩔 도리가 없다. 마음을 잘 잡고 살아야 한다.
오늘은 날도 좋고 미세 먼지도 적다. 여전히 마스크는 써야 하지만 옷들도 가벼워졌다. 여기저기 꽃들이 만발하다. 내 어릴 적에는 이만큼 꽃을 보려면 차를 타고 멀리 갔어야 했다. 요즘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많은 꽃을 즐길 수 있다. 앞으로의 세상도 이렇게 밝고 좋은 쪽으로 흘러갔으면 한다. 취업이 뭔지? 그를 위해 시간을 들여 준비를 하고, 시험을 치고 있는 내 시윤이와 그의 친구들 모두 여유 있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30대와 40대 아니 평생 살 수 있기를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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