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2
김민섭, 구선아, 윤태원, 방멘, 핀든아트 (2022). 그래서, 강원. 출판사방.
<그래서, 서울, 제주, 부산, 강원>
4권의 그래서 가운데 굳이 '강원'을 먼저 택한 이유는 '춘천 여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춘천에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한 까닭이 '핀든아트' 였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젊고 통통한 손가락 사이에 아담하게 놓인 책을 보고, 어떤 녀석인지 급히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제주 걷기가 모두 끝난 내 마음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와중에 핀든 하우스가 나를 춘천으로 향하게 한다.
나의 온라인 그림 선생님이 다른 작가들과 함께 나란히 표지에 나열되어 있다. 그녀의 글에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펜화와 수채화가 같이 담겨 있다. 사람 좋아 보였던 그녀의 글에는 서울에서 춘천으로 오게 된 인연과 사연, 직접 선택하고 만든 '핀든 하우스'라는 공간에 대한 사랑, 운교동과 운교동 사람들에 대한 넉넉한 마음, 춘천의 핫플이 되어 가족들과 오래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제 곧 그녀를 만날 것이다. 아마 그녀는 화면에서와 같이 웃어주고, 가르쳐줄 것이다. 친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은 <김민섭> 그래서, 강릉 '너는 너의 바다가 되어줘'였다. 바다를 이렇게도 사랑할 수 있구나 싶었다. 그의 경험을 따라, 언젠가 봄의 끝자락에 차를 몰고 강릉으로 가고 싶어졌다. 그 여정에 '비'와 '눈'과 '벚꽃'을 차례로 만나며...
강릉에 살며 바다를 보면 막혔던 글이 살아난다. 강릉의 바다를 보면 '바다롭게'라는 낱말의 의미가 딱 와닿을까. 내 아이에게도 바다처럼 돼라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어린 날 내게도 바다가 있었다. 느닷없이 찾아온 가난은 사람을 힘들고 무기력하게 했다. 때로 나를 훼손하고 싶어 바람 부는 곳을 찾기도 했다. 그때 경주 감포의 바다가 있었다. 자주 갔었다. 바다는 나의 슬픔을 먹어주었다. 끝도 없이 몰려드는 바람과 파도에 질리기도 했지만 바다에 다녀오면 그나마 살 수 있었다. 그래서 내게도 바다는 감사였고, 미안이었다. 그래서 감히 바다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의 문장을 읽으며 젊은 날 나의 바다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사람이 자신이 살 곳을 선택할 때는 가벼워야 한다. 어차피 사는 곳은 바뀌는 거니까.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바다의 여전함과 당연함이 언제나 위로를 주는 것은 아니니까. 가볍게 살자. 무겁게 선택한다고 잘 살아지는 것은 아니니까.
강원을 헤매게 될 것 같다.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제, 양양, 영월, 강릉 그리고 춘천을 선택한 이들의 글에 진심과 행운이 묻어 있어 나도 강원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로컬 에세이 프로젝트라고 했나. 참 좋은 기안이다.
춘천을 다녀오면 윤태원 선생의 영월 책방에도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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