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5
김용택 (2017). 마음을 따르면 된다. 다시시작하는 너에게, 마음산책.
시인이 아들과 나누는 편지. 시인이나 아들이나 사용하는 언어가 정갈하다. 눈이 맑아지고, 차분해진다. '좋은 글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한다.' 가슴으로 날아든 시인의 언어를 적어본다.
햇살이 하는 일을 알고 바람이 하는 일을 아는 것. 물이 하는 일을 아는 것이 공부란다. 그래야 사람이 하는 일과 할 일을 알게 되니까.
스스로 책을 찾아 읽길 바란다. 아빠가(20쪽)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은 늘 설렌다. 그 무엇인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까와는 다른 지금을 만드는 사람이다. 책일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은 세상을 자세히 보는 사람이고 또 글을 쓰면 세상을 자세히 보게 된다. 그래야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보게 되고 그래야 자기가 하는 일을 잘하게 된다. 글은 자기가 하는 일을 도와준단다.(23쪽)
처음엔 다 길이 없었다, 내가 내 길을 만든다. 길이, 길이 된다. 네가 만든 길만이 네 길이 된다. 삶은 늘 떨리는 첫발이란다. 힘내라, 민세. 아빠가(31쪽)
악착같이 살지 말거라. 남같지 살려고 하지 말거라. 너같이 살아라. 천천히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가길 바란다. 까치 우는 아침에 아빠가 (36쪽)
집에서영화도 보고 잠도 편안히 잔다. 조용함 속에서도 마음은 치열한 움직임이 있다. 조용한 것 같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자연처럼 말이다. 이런 움직임이 쌓이면 무엇인가 되겠지.(57쪽)
세상을 자세히 보면 할 말이 많아진단다. 자기 삶이 자세히 보이게 된다. 그 일상을 구체적으로 쓰면 글이야. 그리면 그림이지. (72쪽)
민세야. 일이 즐거우면 된다. 어제와 오늘이 같으면 지루하지. 돈을 벌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일은 발전이 없어. 일로 인해 마음이 풍성해져야 한다. 자기의 일상으로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그 속에 행복이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면 된단다.(83쪽)
아빠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치과에 갔다 왔다. 할머니가 나를 올려다보며 내 손을 꼬옥 쥐더구나. 그 깊고도 아득한 믿음의 힘이 그 현실이 사람 사는 일인갑다, 했다. 삶에 무엇이 더 끼어들겠니.(93쪽)
상주 안동 문경 영주는 산이 낮은 고을이지. 작은 산굽이를 돌면 작은 들이 안온하게 펼쳐져 있고 들 끝에는 작은 마을들이 다정하게 낮은 산에 등을 기대고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이 나라 모두 다 뒷산에 등을 대고 있다. 기댄다는 것은 모든 인문의 시작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기대고 산다. 낮은 산으로 삥 둘러싸여 있는 들과 마을이 기름지고 풍성해 보였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에는 물과 바람과 햇살이 모여든다. 물이 모이고 햇살이 머물고 바람이 쉬며 모든 생물들을 키운다.(107쪽)
아빠는 기쁘다. 네 편지 속에 네 삶의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문체는 간결해지고, 간결해진 글 속에 네 마음결이 느껴진다. 나무가 커가면서 잔가지를 버리고 자기를 가다듬듯이 네 삶을 가다듬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117쪽)
시인의 자식에 대한 믿음, 아들 민세가 갖는 아빠 김용택에 대한 무한 신뢰. 읽는 이의 마음은 순간 부러움을 느끼고, 멀리 호기심으로 날아간다. 말이 문자로 바뀌면서 정제되었기 때문일까? 말조심, 글조심 해야겠다.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 말이고, 글인가 보다.
가을이 무르익었어. 깊어졌어. 앞산에 감들이 붉다. 해가 지면 바람도 자고, 맑은 강물이 산 빛으로 붉다. 바람이 없는 앞산과 강 같은 평화를 아빠는 좋아했지. 고요가 좋아. (......) 자연이 말하는 것을 나는 충실히 받아쓰며 살고 싶단다. 네가 태어나 강물 소리를 들으며 자란 곳에서 말이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열어 내 안에 들어온 잡다한 것들을 다 몰아내고 풀과 나무와 작은 벌레들이 내 안팎으로 넘나들게 할 줄 아는 고요를 보고 살았잖아.(164쪽)
나이 탓일까. 다 그런거지.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자꾸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보려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들을 유심히 보려하지 않고 원래 가진 생각만으로 보고 판단한다. 시인의 글을 읽으니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세상을 유심히 보는 것도 공부, 일상을 생생하게 살려내려는 실천 그 자체가 공부인 것을. 새소리 매미소리 가득한 아침, 바쁜 일에 쫓기지 않고 느긋한 토요일의 아침에 새삼 내가 부족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대한 무심함은 늙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마음과 눈을 닫았기 때문이었다.
늘 명심해야 할 것은 성찰이다. 가고 있으면서 문득 멈추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는 잘 가고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것은 자기를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다. 그래야 바로 간다.(209쪽)
자녀의 결혼에 대해 이렇게 태연할 수 있는 어른이 많으면 좋겠다. 결혼이 인맥이 되어버린 세상이고, 결혼하는 당사자의 의견보다 주변인의 관계가 우선시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결혼은 그저 독립적인 두 사람의 인생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로 한 결정이고 선택이다. 부모나 어른이 해야하는 일은 두사람이 보는 방향이 어긋나지 않도록 도와주고, 혹여 실수로 착오로 가는 길이 어긋나더라도 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듬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탄탄대로는 없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또 일어선다. 할머니 말마따나 살다 보면 뭔 수가 난다. 삶은 무슨 수를 찾아가는 일이다. 삶이 해답을 가져다준다는 말과 할머니의 뭔수는 같다.(228쪽)
부부들은 서로 바라는 바가 없어야 한다. 아내가 할 일을 내가 하면 된다. 부지런하면 된다. 물도 밥도 과일도 내가 찾아 챙겨 벅고 챙겨 주면 된다. 양말도 내가 찾아 신는다. 집 안에서 아내에게 시킬 일은 없다. 다 내가 하고 내가 해준다. 그러면 된다. 작고 사소한 것을 서로 챙겨주고 좋아하면서 같이 산다. 엄마처럼 속이 깊어야 한다.
사랑이 그리 좋냐? 잘 가꾸어야 한다. 사랑은 꽃밭 같은 거야. 돌보지 않으면 금방 꽃들이 시들어버려. 들여다보아야 해.자꾸 봐줘야 해. 물이 부족지 잡초가 많은지 늘 마음이 가고 손이 가야해. 그래야 늘 새로운 꽃송이가 피어난다. 알았지.(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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