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 전 제주 여행에서 '소록이'를 만났다. 동쪽 고내마을 '카페시오(고양이전망대, #cat_ocean_gonae)'에 얼룩 고양이 4마리가 뒹굴거리고 있었다. 그 중 한마리가 소록이다. 낯선 이의 발등에 먼저 자신의 발을 올려 인사를 했다. 찌르르 느낌이 왔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비오는 창밖을 보고있었다. 살포시 뛰어올라 무심히 함께 비오는 창밖을 보다 뒤돌아보는 소록이와 눈이 맞았다. 심쿵. 그렇게 나는 고양이와 친구가 되었다.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소록이와 인사한 이후 나는 길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고양이들을 그냥 스칠 수 없었다. 이름 모를 친구들을 한장씩 찍다보니 어느새 휴대폰에 고양이들이 가득해졌다.
이웃에 길고양이가 너무 많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거칠고 고달플지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에 김중미 작가의 장편소설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를 읽었다. 길고양이의 삶이 밑바닥 사람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주고 함께 지내고 싶어졌다. 그러나 아직 때가 아니다. 들뜬 감정으로 무작정 데리고 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나는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작은 생물을 잘 돌볼 여력이 없다. 좀더 기다려야 하고 좀더 준비해야 한다.
먼저 내 휴대폰 속에 저장된 채 감금되어 있는 아이들을 블로그에 남기려고 마음 먹었다. 이름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귀중한 존재가 아닌 것은 아니다. 내가 그들을 전화기 속의 사진으로 가둬두는 것은 살아있는 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방학이 아니면 더욱 하기 어렵다. 잘 남기지 못해도 먼저 끄집어 내어 기억을 더듬어 이름을 주고 추억을 만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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