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통합교육, 모두를 위한 교육

Jeeum 2024. 6. 29. 09:58

민들레 편집실(2021), 통합교육, 모두를 위한 교육, 민들레.

2024- 35

6/25~6/29

 

막연히 알고 있던 사실을 책을 통해 정리된 문장으로 확인할 때 세상이 선명해지면서 서늘한 소름이 몸에 돗아나는 충격을 받는다. 


 

내 아들은 곧 중학생이 되는 사춘기 청소년이다.지적장애 정도가 심한 자폐성 장애인이기도 하다. 아들과 함께하는 삶은 매일이 시트콤이다. 화나고 슬픈 일이 수시로 일어나지만 웃음이 나고 행복한 일은 그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 가면을 쓰지 않는, 한없이 투명한 아들 옆에 있으면 나 역시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본연의 나로 돌아간다. 세상살이에 찌든 내 마음이 아들에게 위로받는 느낌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은 그렇게 존재 자체로 주변 온도를 따스하게 덥힌다.(p. 50, 류승연, 통합교육에 실패한 까닭)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양새대로 인정받으면 아이들은 바르게 자라납니다. 농인답게, 자기답게, 그렇게 자라납니다. 꼭 누군가처럼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극복하고 넘어서기 위해 자신을 고치고 바꾸느라 힘들어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상 비정상의 경계는 본래 없습니다. 우리는 그 자체로 각자 모두가, 다 아름답습니다.(84쪽, 김주희, 치료인가, 교육인가)

 

마음이 어지럽고 생각이 많아질 때는 독서가 최고다. 나를 어지럽게 하는 생각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에 귀를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마음에 또다른 영역이 생기면서 정신이 맑아진다. 대학을 다닐 때도 특수학교 교사를 할 때도 나는 설레지 않았다. 그저 냉정하게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왕 하는 거면 남들보다 잘하고 싶어 열심히 했을 뿐이었다. 시간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나도 나이가 든 것이다. 계절학기 수업으로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잔뜩 책과 자료를 사고 빌려서 쌓아 놓고 한 권씩 읽어 나가면서 왜 대학생이 된 것처럼 대학원 학생이 된 것처럼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떨리는 것일까.

 

다행이다. 야만적인 조직 운영(내가 속한 사회가 그렇다고 절감할 때 느껴오는 비애)에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스스로 존재감 없이 무력감에 빠지지 않고 책을 읽고 책의 문장으로 설레일 수 있는 영혼이 남아있어 정말 다행이다. 

 

궁극적으로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통합교육의 발전 방향은 전체 교육 속에서 '모든' 학생의 진정한 배움과 성장을 추구하는 쪽이 되어야 할 것이다. 통합교육을 실현한다는 것은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서 교육받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있다. 모든 학습장에게 개별적으로 최상의 맞춤교육을 하는 것이 통합 교육이라는 데 구성원이 합의하고 노력해가는 과정, 실은 그 자체가 통합교육이다.(92쪽, 김수연, 통합교육, 어디까지 왔을까)

 

현아, 넌 하고 싶지 않은데 뇌가 네 말을 듲지 않을 떄가 있다고 했잖아. 그럴 때 이 약이 도움이 된대. 니가 네 말을 듣도록 도와주는 약이래. 오늘부터 한번 먹어보면 어때?"

아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다.

"엄마, 약을 먹어서 뇌가 내 말을 들으면, 그건 내가 한 게 아니고 약이 한거잖아. 내가 조금만 더 해볼래."(125쪽, 조은혜, ADHD아이와 그곁의 어른들)

 

마음이 말랑거려서일까. 아이의 이 말이 대단해서 울컥했다. 어른도 하기 어려운 생각아닌가. 조금만 힘들어도 의지할 곳을 찾는 세상에 아이의 생각이 이렇게 견고하고 당당하다니. 응원해. 얘야. 

 

헤어지던 날 놀이 선생님은 말했다. 만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그렇게 만났으니 오늘 이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다고. 우리에게 그코록 귀한 인연과 소중한 시간이 주어졌던 건 고백건대, 행운이었다.(128쪽, 조은혜, ADHD아이와 그 곁의 어른들)

 

교사가 아동을 보는 편견, 선입견을 하나씩 걷어낼 때 비로소 아동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141쪽, 한재천, 씨줄과 날줄로 엮는 방과후 공부방)

 

교사만 그렇진 않다.부모가 자녀에게, 어른이  청년에게, 리더가 조직원에게, 총장이 교수에게, 교수가 학생에게. 먼저 가 있는 사람이 나중에 오는 사람에게 입장과 상황과 조건은 다를지언정 모두 같다. 세상사는 이치다. 이걸 모르면서 교사가 되고 리더가 되고 부모가 되려는 것이 모순이다.

 

발달장애아동들은 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사회는 자기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 아동에게 '자폐'라는 딱지를 붙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자기 이익과 관련되지 않은 일에는 마음을 닫고 점점 사회관계망에서 고립되는 우리 사회가 자폐 사회이고, '나'라는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회인이 자폐인 셈입니다. 자기라는 감옥에 평생 갇혀 살아가니까요. 또 장애아동들은 두루 보지 못하고 자기 좋아하는 것에만 집착한다는데, 엄밀히 보면 사람의 감각 자체가 오류투성이라 있는 그대로 보고 듣지 못하고 자기 식대로 보고 듣습니다. 장애아동들이 혼자 딴 생각에 빠지거나 혼잣말을 많이 한다지만, 비장애인들도 몸은 여기에 있어도 마음은 딴 곳에 있을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142쪽, 한재천, 씨줄과 날줄로 엮는 방과후 공부방)

 

나도 그렇고 대부분 이렇게 산다. 나는 이렇게 살면서 장애아동에게만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다. 거울 한번 보지 못하고 살면서 그렇게 말한다. 성찰한다는 것, 다시 그 필요성을 절감한다. 거울을 보면서 얼굴과 몸차림을 가다듬듯이 이제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가다듬어야 할 때다. 

 

만약 본인의 학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고 연결점을 못 찾겠다면, 그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158쪽, 정은영, 비장애학생도 다니고 싶은 조오니오학교)

 

그렇다. 준비물을 안챙겨온다고, 잠을 잔다고 야단 칠 일이 아니었다. 그 애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알게될 일이다. 왜 그래랴 했는지. 후회가 밀려온다.

 

읽기를 마친다. 소설을 읽는 만큼이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 나이에 다시 특수교사가 될 수 없다. 지방의 작은 대학이지만 여전히 나는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 잊지말고 실천하자. 후회가 덜 남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