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홀로 사는 즐거움

Jeeum 2024. 8. 23. 11:18

법정(2004). 홀로 사는 즐거움, 샘터사.

 

2024-49

 

8/20~

 

마음이 불이 나기 시작했다. 몸에도 병이 났다.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덜 초라할지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났다. 야만과 저렴의 조직이란 이런 것임을 진즉에 알았어도 바닥을 치다못해 땅을 뚫고 들어가는 조직임을 알고 나니 인간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더욱 화가 났다. 입을 조심해야 할 때임을 알지만 한번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듯해 조심스럽다.

 

이럴 때는 스님의 말이 도움이 된다. 도서관에 들렀다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마음의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빌려왔다. 큰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지배당한 몸과 정신이 아직도 흐릿하지만 소리내어 읽는 동안 어지러운 심정을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혼자여서 너무 슬프다고 생각했다. 눈물이 펑펑 났었다. 홀로기 때문에 즐겁다는 스님의 말에 억지로 공감하여 중심을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음을 부여잡는데 괜한 노력을 해야 하는 지금이 억울했지만 그래도 삶은 진행되고 있고, 진행되는 모든 순간 품격있는 사람이고자 하는 나를 다독여야 했다. 

 

'유심히 들여다보고, 알맞은 거리에서 들여다 보라.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들려오는 많은 향기들이 너를 운치있게 해줄 것이라는 스님의 목소리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다행이다. 욕심을 부려 책을 사서 대화하듯 읽고 쓰고 싶어졌지만 과한 욕심을 버리고 도서관의 책에 눈으로 도장을 찍듯 한줄씩 한단어씩 스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읽어나간다. 감사하다. 스님 세상을 떠난지 오래지만 글로 남은 그의 마음에 연약한 내가 여전히 위로를 받는다.   

 


 

건성으로 스쳐지나가지 말고 그 곁에서 유심히 들여다 보라. 꽃잎 하나하나, 꽃술이나 꽃받침까지도 놓치지 말고 낱낱이 살펴보라. 그리고 꽃이 놀라지 않도록 알맞은 거리에서 꽃향기를 들어보라. 그리고 꽃이 놀라지 않도록 알맞은 거리에서 꽃향기를 들어보라. 꽃향기는 맡는 것이 아니라 듣는다. 옛글에도 문향(문香)이라 표현했다. 이 얼마나 운치있는 말인가. 꽃향기를 들어보면 아름다운 세상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다(26쪽, 꽃에게서 들으라).

 

→ 유심히, 알맞은, 운치있는 평소 내가 사랑한 부사들. 결코 멀리있지 않는 것들을 잊고 산다. 산다는 것이 너무 이중적이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 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고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걷는다는 것은 곧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51쪽, 걷기 예찬).

 

→ 코로나를 핑게로 두문불출 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찬다. 병때문인지 운동부족때문인지 판단이 안된다. 영혼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걷고싶다. 내 몸으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

 

마음에 걸린 것이 있어 본 마음인 그 따뜻함을 잃으면 불행해진다. 마음을 따뜻하게 가져야 거기에 행복의 두 날개인 고마움과 잔잔한 기쁨이 펼쳐진다(74쪽, 행복은 어디 있는가)

 

→ 고마움과 작은 기쁨, 소박하지만 햇살 와랑와랑

 

읽을 책이 곁에 있고, 햇차도 들어왔고, 열린 귀로 개뭉물 소리, 새소리, 때로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가. 이밖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 언제든 쉴 수 있는 내 공간이 있고, 거기에 피아노와 책과 그림과 식물이 있고, 먹을 것 조금과 마실 것 조금이 들어 있으니 나는 부자이다. 베란다 너머로 산이 보이고 강이 보이고 사람들이 보이고 이웃이 있고, 나는 여전히 살아있고, 걸을 공원이 있고 가야한 장소가 있다. 그러니 나도 여전히 부자이다.

 

요즘에 와서 실감하는 바인데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뒤돌아본다는 뜻이기도 하다.(142쪽)

 

→ 그래 되돌아볼 많은 기억들이 있다면  좋을거야. 좋은 기록, 좋은 기억을 만든다는 것은 노력이 피필요할거야. 스님은 자기 관리라고 했다. 자기관리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너무 절제하지 말고 풍부하게 넘치게 많이 다양하게 해보는 것도 우리같은 범인에게는 좋은 기억을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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