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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Jeeum 2025. 9. 10. 08:45

리사 리드센(2024), 손화수(2025).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북파머스.

2025-51

 

9/10~

 

긴급 수혈로 상담심리, 상담윤리와 관련된 책을 읽는다. 반납이 연체된 김훈 소설가의 책도 바쁘게 읽는다. 리훈에서 구입한 독서노트 50권이 다 채워졌다. 기록이 누락된 것들도 많지만 다행히 시간이 기록된 노트 한권이 남았다. 소설이 읽고 싶어 북유럽 소설을 선택했다. 아침 독서가 끝나기 10분전 급히 읽기 시작한다. 

 

스웨덴 소설은 처음이다. 외국소설을 읽어야겠기에 들고 온 것이다. 그런데 하필 죽음을 앞든 노인 이야기다. 보 안데르손의 아내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으로 갔다. 숲이 산이 가까운 시골의 주택에 반려견 식스텐과 요양보호사들의 돌봄을 받으며 산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들 한스, 아내 프리드레카, 반려견 식스텐, 손녀 엘리노르. 절친 뚜레. 그들에게 하고픈 말은 언제나 생각 속에 존재한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읽을 가치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아들에 대해 아내에 대해 이토록 섬세한 기억을 가진 아버지는 정작 말로서 자신이 깊은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고 쇠약해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든다. 하지만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삶을 통제하려 드는 모든 것에 대해 보는 강하게 저항한다. 울컥해지는 슬프고 아련한 문장이 너무 많다. 미래를 미리 체험해보는듯한 섬세한 노인의 일상이 예사롭게 읽히지 않는다. 결국 반려견 식스텐과 헤어지고, 하나뿐인 절친 뚜레를 먼저 보낸다. 언제나 아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 "너도 알다시피 난 네가 자랑스럽단다."라고 전한다. 10월 13일, 보는 손녀와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와 함께 살던 익숙한 공간에서 스스로 작별하고 다른 세상으로 떠난다. 나도 이렇게 죽고 싶어졌다. 


 

나는 상속권을 박탈해 그가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하기를 바랐다.

그는 식스텐을 데려가려는 것이 다 나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나처럼 나이가 많이 사람이 숲에 가서는 안되고, 식스텐과 같은 개들은 시골길을 한번 왔다가 갔다 하는 것 보다 더 긴 산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11면) 

 

]이제 당신은 천천히 사라져 가는 삶의 기억을 안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치매에 걸린 후 낯선 사람으로 변했기 때문이다.(114면)

 

나는 그에게 야단을 쳐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이제야 그것을 깨달았다고 (115면)

 

우리는 한동안 아무말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한스도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채 항상 바쁘게 돌아다닌다. 나는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마치 죽을 날이 일주일밖에 남아 있지 않는 듯 정신없이 살고 있다.(124면)

 

트럼펫 소리를 연상시키는 새 울음소리 때문에 생각이 달아났다. 머리 위로 두루미 한쌍이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친채 날고 있었다. 나는 발을 멈추고 그들은 눈으로 따라갔다. 두루미는 힘찬 날개짓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두루미들이 남쪽으로 날아가지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떠날 것이라고 다짐했다.(189면)  

 

우리는 여름 속으로 녹아들었다. 이렇게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특별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우리도 그런 식으로 그들의 삶에 참여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238면)

 

냉장고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저알콜맥주, 소고기절임, 쌀죽과 고지방우유 등이 빈틈없이 자리한 것을 보니 감동이 밀려왓다. 당신과 내가 함께 장을 볼 때 샀던 음식 브랜드와 똑같았다. 우리는 우리 아들이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 함께 노력겠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227면)

  

"참 이상해." 투레가 무겁게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자네는 그들이 우리 삶에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다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더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그들에게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아가면 살기는 싫다고.(307면)

 

누군가 대문을 두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사람이 한스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를 내 곁에 두고 그를 바라보며 그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기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비록 내가 겉으로는 심술궃고 무뚝뚝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마음속으로는 항상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437면) 

 

"너도 알다시피 난 네가 자랑스럽단다." 나는 안간힘을 쓰며 겨우 말을 이었다. 

"네 어머니도 마찬가지야."

한스는 내가 잊고 있던 그만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소년 시절의 눈빛이었다. 내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을 때의 눈빛. 마치 이 세상에는 그와 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한 눈빛.

그가 눈을 깜밖였다.

그가 허리르 굽혀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잘 알고 있어요, 아버지."(450면)

 

주변이 너무나 어두워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식스텐의 털냄새는 내 코끝에서 어른거렸고, 동시에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무언가가 방향을 바꾸는 듯한 느낌. 식스텐의 축축한 코가 내 손안으로 들어왔고, 동시에 내게 기대어 오는 식스텐의 몸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말할 수 없이 맑아졌다.

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남쪽으로 날아가기 위해 두루미들이 모여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452면 마지막 문장)

 


 

보와 함께 차를 마시고 산책하는 듯한 느낌으로 읽었다. 5월 18일에서 10월 13일 사이 5개월. 보 안데르손의 마지막 5개월을 함께 천천히 같은 속도로 차를 마시고 얘기를 나누고 화를 내었다 풀고 울다 웃다 추억하다 작별을 했다. 하고픈 말을 다하고 사는 사람도이 몇이나 될까. 남기고픈 말을 제대로 남기고 떠나는 사람 또한 얼마나 될까. 짧은 언어로 내뱉기전 이미 전달된 메시지는 아들에게 깊이 새겨져 있다. 보처럼 죽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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