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2017). 공터에서, 해냄.
김훈은 작가의 말 모두에 이렇게 말한다.
"이 작은 소설은 내 마음의 깊은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기억과 인상의 파편들을 엮은 글이다."
작가가 말하는 작은 소설이란
이전의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과 같은 대서사가 아니기 때문일까?
마동수와 이도순
이들의 두 아들, 마장세와 마차세의 이야기
잔혹했던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 시대의 아픔을 유전자로 물려받아 또 다른 잔혹한 시간을 살 수 밖에 없었던 두 아들.
한 아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기위해 저지른 잘못을 피해살 수 밖에 없었던 큰 아들
그의 아내, 린다
같은 원죄를 갖고 태어나 살았지만
바닥에서, 소시민의 삶을 묵묵히 소심하게 살았던 작은 아들
그런 차세를 평화롭게 수용하고 받아준 우리 엄마같은 박상희
현대사를 말할 때 일부 들뜬 영웅이 시대를 풍미하고 역사를 주도한 것 처럼 말하지만
이 소설의 말미에 나는 상희와 같은 여성이
차세와 같은 남성이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현대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1948년 생 작가 김훈은 장세와 차세와 비슷한 시대를 직접 살면서 자신의 깊은 바닥에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는 기억을 문자로 되살렸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자신이 해야하는 사명이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공터에서>
왜 <공터>라고 했을까?
언젠가 작가를 만나면 왜 <공터>여야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내게 있어 공터는 비어있어 외롭고 쓸쓸하지만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2016년의 겨울에서 대한민국인들은 <공터>에 모여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작가는 이 촛불을 보고 아파서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허덕이며 이 소설을 써야했을지 모른다.
'가끔은 이렇게 > I Love BOOK^^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0) | 2019.02.19 |
---|---|
매일이, 여행 (0) | 2019.02.13 |
풀꽃도 꽃이다 (0) | 2018.01.12 |
流しのしたの骨; 소란한 보통날 (0) | 2017.12.23 |
테마가 있는 여행을 위한 책 (0) | 2017.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