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렇게/I Love BOOK^^

2017년 겨울의 책

Jeeum 2017. 12. 17. 10:54


김훈(2017). 공터에서, 해냄.


김훈은 작가의 말 모두에 이렇게 말한다.

"이 작은 소설은 내 마음의 깊은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기억과 인상의 파편들을 엮은 글이다."


작가가 말하는 작은 소설이란

이전의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과 같은 대서사가 아니기 때문일까?


마동수와 이도순

이들의 두 아들, 마장세와 마차세의 이야기


잔혹했던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와 어머니

그 시대의 아픔을 유전자로 물려받아 또 다른 잔혹한 시간을 살 수 밖에 없었던 두 아들.

  



한 아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기위해 저지른 잘못을 피해살 수 밖에 없었던 큰 아들

그의 아내, 린다


같은 원죄를 갖고 태어나 살았지만

바닥에서, 소시민의 삶을 묵묵히 소심하게 살았던 작은 아들

그런 차세를 평화롭게 수용하고 받아준 우리 엄마같은 박상희



현대사를 말할 때 일부 들뜬 영웅이 시대를 풍미하고 역사를 주도한 것 처럼 말하지만

이 소설의 말미에 나는 상희와 같은 여성이

차세와 같은 남성이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현대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1948년 생 작가 김훈은 장세와 차세와 비슷한 시대를 직접 살면서 자신의 깊은 바닥에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는 기억을 문자로 되살렸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자신이 해야하는 사명이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공터에서>

왜 <공터>라고 했을까?


언젠가 작가를 만나면 왜 <공터>여야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내게 있어 공터는 비어있어 외롭고 쓸쓸하지만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2016년의 겨울에서 대한민국인들은 <공터>에 모여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작가는 이 촛불을 보고 아파서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허덕이며 이 소설을 써야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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