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2025). 첫 여름 완주, 무제.
2025-63
11/15~11/18
'박정민' 배우가 운영한다던 출판사 무제의 듣는 소설, 오디오북으로 먼저 소개되었다던데 플랫폼 월 가입비에 주저하다 아직 듣지 못하고 눈으로 먼저 읽었다. 이런 배경을 모르고 읽다, 힐링소설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봤더니 목소리 연기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만든 소설이라는 특이한 동기가 있었다.
장편이라 해도 비교적 얇고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여서 금새 따라갔다. 손열매의 말과 마음을 따라 가족을 잃고 엄마같은 할아버지를 잃고 친구에게 배신을 당해 친구의 엄마를 찾아 완주로 갔다. 봄에 도착한 완주에서 여름을 났다. 강동경(어저귀)를 만나고, 정애라를 만나고 양미와 파드마 율리아를 만나고 이장을 만나고 그들의 가족을 만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비슷한데 자연속에 묻혀 사는 사람들은 왜 이다지 따뜻한지 모르겠다. 열매의 할아버지 대신 늙은 엄마가 보고싶고, 영원히 곁에 있어줄 것 같은 동경과 같이 간절히 그 사람이 그리워졌다.
다시 서울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열매. 두려워 피했던 오디션을 다시 본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한발 내딛는 용기를 내고 있음에 내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용기는 어디선 오는 것일까. 한번의 여름, 바닥같은 완주에서 완주나무를 그늘 밑에 사는 가슴 아픈 사람들과 지지고 볶으며 살아온 시간과 과정의 치유 효과였을까. 어째튼 소설을 읽는 동안 조금 움츠러 들었던 내 마음도 열매의 걸음을 따라 걸으며 약간의 용기를 얻었다. 세상은 언제나 파도로 바람으로 올 것이다. 파도를 타고 바람에 밀려도 그저 살아갈 뿐이다. 가끔 이렇게 말랑말랑해질 수 있는 마음으로.
연락이 없다는 건 이번 달 수입이 생활비를 충당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전조였고 일상에 살얼음이 끼리라는 예보였다. 보령에서 올라와 오랫동안, 대학을 졸업하면, 서른이 되면, 경력이 차면, 듬직한 안정으로 나아가리라 믿었지만 이상하게 삶은 매번 흔들렸다. 마치 우는 사람의 어깨처럼(15쪽)
사람들에게 부모란 때로 온화한 태양 같기도 어느 날은 상당한 심술을 품은 태풍 같기도 한, 자식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자기 주도성을 갖기 어려운, 날씨나 계절 같은 존재인데 수미는 늘 건조하고 덤덤했다.(32쪽)
수미엄마 아니, (슬쩍 웃는다) 원래 이름은 동경인데 어려서부터 어저귀라고 애들이 하도 불러 가지고 내입에도 그만 불었네. 어저귀가 풀숲에 사람보다 이만큼 높이 나서는, 실도 만드는 긴 출인데 걔 키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만 했잖아. (41쪽)
열매와 동경. 소설가들은 이름짓기의 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