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2023). 취미는 사생활, 은행나무.
2025-59
10/30~
장진영과 최진영이 이름이 같아서일까? 헷갈린다. 장진영작가는 <치치새가 사는 숲>, 최진영작가는 <이제야 언니에게> <끝나지 않는 노래> <원도>. 이제서야 구별을 할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올 듯. 작품을 구별하고 느끼고 저장하는 능력. 점점 부족해진다. 그래도 여전히 읽는다. 왜냐고. 즐거우니까.
조카는 재미없다 했다. 근데 나는 재밌다. 은근. 사람사는 세상이 다 그러니까.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잘 썼을까 했다. 김미월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재밌다고 후루룩 읽으면 안될 것 같았다.
루부탱을 신은 여자가 그때는 보일 씨인 줄 몰랐다. 백스템으로 걸어왔다. 걸음마 도우미를 찾기 위해서였다. 낙엽이 15센티미터 굽에 감겼다. 상암에 사는 보일씨의 애인이, 말했듯 그때는 보일씨인줄 몰랐다. 어렵사리 뒷걸을질해 발견한 사람은 똥마려운 강아지 표정을 한 은렵과, 나였다.
"이쪽은......." 은협이 여자를 뭐라고 소개할지 고민했다. 여자가 은협과 뜻 모를 눈빛을 교환한 뒤 내게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보미에요."
편도선 수술을 받고 보름쯤 지난 것 같은 목소리였다. 은협은 내게 보미 씨를 소개했지만, 소개하려 했지만, 보미 씨에게는 내가 누군지 소개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보미 씨." 나는 뼈마디가 굵은 손을 맞잡고 위아래로 두 번 흔들었다. "그러니까 보일씨의......."
"누나에요." 은협이 여자 대신 대답했다. 그러고는 스스로도 놀라는 듯했다. "저의 형님이세요."
"어쩐지." 나는 보미씨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보일씨랑 닮으셨네요. 가발 쓴 보일 씨 같아요!"(104~105)
빵 터지고 말았다. 시트콤을 보는 듯한. 은협의 표정이 생생해졌다. 보일의 난감함이 전해왔다. 보미라니. 보일의 누나니까 보미. 와!!!! 은협의 순발력, 대단하지 않은가. 가발 쓴 보일씨라니. 진실은 감추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시. 작가도 이걸 쓰면서 즐거웠을 것 같다. 진짜 재밌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조카가 재미없었다고 한마디로 날려버린 이유가 있었다. 이런 소설은 장르가 뭔가. 마지막 반전이라고? 장르가 스릴러였나? 알고보니 사기꾼. 친절한 금자씨? 아니 친절한 민희씨 2202호 아줌마, 이모는 사기꾼, 역시 불법은 섬세한 건가? 지나치게 친절하면 의심해야 한다는 교훈만 남겨주나? 보일에게 땅을 판 돈과 은협의 전세금을 받아 2302호 탑층의 보증금 약간을 지불하고 따뜻한 나라로 날라버렸다. 그리고 거기서 망치에 머리를 맞고 죽어버렸다. 뭐지? 뭐지? 은협은 어쩌지? 소연은 어쩌지? 전전긍긍하게 만든 이 소설은 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