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7
김숨(2016). 한 명, 현대문학.
2/7~2/10
고통스럽다. 얼떨결에 읽기 시작했다. 첫 지면에서 암담함을 느꼈다. 어쩌지 싶었지만 기왕 빌려왔으니 읽고 돌려주자 했다. 위안부피해자와 관련된 책들을 제법 접했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다는 것이 괴로움일 줄 예상했으나 요즘 나의 상황과 맞물려 고통과 무력감이 매우 컸다. 중도에 그만 읽자 싶은 순간이 많았다. 특히 이른 아침 독서 시간에는 아침부터 너무 힘들었다. 그만큼 문장으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엄청난 고통과 고통을 주었던 상황의 폭력성이 크게 다가왔다. 조카가 그랬다. 오만상을 쓰면서 읽는 거 아느냐고.
세월이 흘러 생존해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분 뿐인 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7쪽)
풍길. 그녀의 이름이다. 13살 나이에 강에서 다슬기를 잡다 남자들에게 납치되어 만주로 끌려갔다. 자신이 가는 곳이 어딘 줄도 어떤 곳인지도 모른채 끌려갔다. 거기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7년을 있었다(살았다고 쓰고 싶은데 산것이 아니었기에 산다 혹은 지냈다란 단어를 쓰기 어렵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7년을 낯선 곳에서 갖혀지낸 풍길에겐 고향으로 오는 것도 다시 온 고향에서 피붙이들과 일상을 사는 것도 참혹하기만 하다. 몰리고 몰려 마지막을 재개발 예정지역의 양옥집. 같은 처지의 여인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것을 참혹한 기억속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지켜보며 하고픈 말을 삼키고 삼키며 숨어숨어 산다. 마지막 한 명의 여인이 죽음을 앞두었다는 소식을 접한 풍길은 곱게 단정히 차려입고 병원을 향한다. 병원에는 같은 처지의 또다른 내가 누워있다. 죽어가고 있다. 그녀를 만나야 한다. 거칠고 무서운 동네지만 자신의 집과 동네는 벗어난 풍길은 여전히 세상이 두렵다. 13살의 그때처럼 또 누군가에게 끌려가고 말 것 같은 자신의 지금에 떨고있다.
"왜 같이 못왔냐?"
"그러게요......"
"같이 왔으면 얼마나 좋으냐."
"그럼, 너 혼자 왔냐?"
혼자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그녀는 보리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혼자만 살아온 게 죄가 되나? 살아돌아 온 곳이 지옥이라도?"(17쪽)
눈을 감지만 담은 오지 않는다. 그녀는 잠들려 애쓰지 않는다.인간이 잠을 안자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그녀는 온전히 잠들었던 적이 없다. 몸뚱이가 잠 든 동안에는 영혼이 영혼이 잠든 동안에는 몸뚱이가 깨어 있었다.(25쪽)
그녀는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호두 껍데기처럼 자신을 싸고 있는어둠이 감당 못할 만큼 두렵지는 않다. 어릴 때 그녀는 인간에게 두려운 게 어둠이나 가뭄, 홍수 같은 천재지변인 줄 알았다, 열세 살 이후로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게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182쪽)
신에게 소원을 빈다면 그녀는 하나만 빌것이다. 고향 마을 강가로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열 세 살 그때로.(210쪽)
'가끔은 이렇게 > I Love BOOK^^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희망 (0) | 2026.02.23 |
|---|---|
| 천 개의 파랑 (0) | 2026.02.21 |
| 직지 아모르 마네트 (0) | 2026.02.05 |
| 조금 망한 사랑 (0) | 2026.01.29 |
| 다정한 구원 (0) | 2026.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