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3

69. 여행할 권리

김연수 산문집 (2008). 여행할 권리, 창비. 지난 학기 중 빌린 책. 행여 도서관에서 이 책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읽는다. 담주 월요일에는 꼭 반납해야 한다. 이미 연체이므로. 연체가 당연한데도 도서관에 갈 때마다 빈손으로 나오지 못하는 욕심을 탓해본다. 소설가에게 여행은 뭘까하고 생각했었다. 다 읽고 나니 남는 것은 두 가지이다. 소설가에게 여행은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상상(그 상상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일 수도 있고, 독서에서 우연히 얻는 계기일 수도 있다.) 이 글이 되기 위한 출발이라는 점. 소설가의 여행은 가끔 두서가 없다는 점. 막무가내 여행자의 발걸음을 담은 글은 차분하지만 김연수 특유의 위트나 반전을 도저히 버리지 못하고 황당하면서도 재미..

64. 소설가의 일

「김연수」 산문집(2014). 소설가의 일, 문학동네. 제 1부 열정, 동기, 핍진성 : 소설학 개론 그저 어떤 시간의 흐름이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자신이 경험한 시간의 흐름을 소설로 보여줄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그는 소설가가 된다.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엔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나는 그 '검은 집(퍼크리샤 하이스미스)'이라는 게 소설가의 재능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술집에 모여서 농담거리로 삼을 뿐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 볼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 집과 같은 것. 소설가가 재능에 대해 말할 때는 소설을 쓰고 있지 않을 떄다. 매일 지켜보면서도 그것을 할 수가 없다면, 음 무척 슬프겠다. 사랑하는 재능을 확인한 뒤에야 사랑에 빠..

12. 김연수(2020). 일곱해의 마지막

김연수(2020). 일곱해의 마지막, 문학동네. 2020년 베스트셀러 김연수의 장편소설 지난 주말 제주 올레 여행에 동반했다. 새삼스레 의 시가 다가왔다. 김연수 작가는 1957년부터 7년간, 그러니까 백석이 북으로 가서 살다 죽은(?) 1963년까지 그 마지막 칠년의 삶을 작가적 상상과 소망으로 소설을 구성한 듯하다. 공산화된 당시 이북 상황에서 '자신을 닮은 시'를 쓰지 못했던 백석의 불행과 고통을 같이 느끼며, 작가로서의 존경을 닮아 알 수 없던 그 마지막 칠년을 이렇게 소망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나는 시를 잘 모르고, 시인도 잘 모른다. 허나 은 아주 조금 안다. 백석을 생각하니 통영이 떠오른다. 통영에는 그의 흔적이 꽤 많다. 그의 시를 읽으면 사랑하는 이를 향한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