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4

저녁이 깊다

이혜경(2014). 저녁이 깊다. 문학과 지성사.2024-224/26~ 길고 길었던 평가 준비. 현장평가가 끝나고 나니 시간의 여백이 돌아왔다.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다. 아침독서를 찾고, 틈새독서를 찾는다.   와!! 재밌다. 시작부터 국민교육헌장이 나온다. 완전 우리 때 얘기. 훅 들어가는 느낌이다. 시골 교실에서나 가능한 표현인데 무척 흥미롭다. 애국가나 교가처럼 가락이 붙은 것도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단어들은 큰비에 흙이 씻겨나가며 문득 제 모양새를 드러낸 산길의 돌처럼 험악하고 묵직했다. 엎친데 덮친다고, 자루에서 솓아진 콩이나 다름없이 비슷비슷하고 엄숙한 단어들이 이어졌다(12쪽) --> 여기서 나도 크게 공감했다. 초등학생이 미처 알기 어려운 단어들의 나열인 헌장을 외우고 또 외우고 검사..

14. 오정희(1996). 새

오정희(1996). 새. 문학과 지성사. 귀갓길. 느긋하게 시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해 그저 소설 코너로 가서 오정희를 찾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오직 이것밖에 없어 들고 왔다. 2021년 2월 28일은 종일 흐렸다. 오후에는 비까지 내렸다. 덕분에 읽으려는 마음이 들었다. 1947년생 관록있는 작가가 49세에 썼던 소설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글을 읽을 때 작가의 나이를 따지고 있다. 굳이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글이란 영원한 것이지만 작가의 생각은 계속 변하고 진화해 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70대가 된 작가가 사십 대의 마지막 시간대를 통과해 오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시간대에는 어떤 일들이 사람의 마음을 건드렸는지를 생각하면서 이미 지나온 시간대에 쓰인 글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

편혜영(2019). 소년이로

편혜영소설집(2019). 소년이로, 문학과 지성사. "또다시 알수 없는 방식으로 인생에 속아 넘어갔다." 작가의 말처럼, 인생에 실패한 사람, 객관적으로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는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8편. 제 몸을 자의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병든 남편. 혹은 아버지 삶을 핑게로 남편이 망가져가는 것을 외면하는 아내 혹은 엄마 사기인 줄 알고 치고, 사긴 줄 모르고 믿은 친구 사고로 딸을 잃고 장애를 가진 사위를 돌보아야하는 장모 삶을 계산하여 사위가 없는 게 효율적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죽어가게 만드는 할머니 치매 장인을 돌보다 노인 학대를 하게된 아빠 죄책감에 망가져버리고 결국 죽어버린 아빠.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해 윤택한 남자를 선택하여 벗어나려 했던 엄마 부모를 떠나 정상의 삶을 원했지만..

김원일(1997), 노을

김원일(1997). 노을, 문학과지성사. A5 사이즈, 345쪽의 줄간격 빽빽한 장편소설이다.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오늘은 75주년 광복절 대체휴일. 휴일이라지만 계절도 세상도 느긋하기는 어렵다. 현재 실내온도 32도. 폭염을 경고하는 재난문자가 수시로 날라들고, 이제는 끝났으면 싶은 간절한 바람도 무색하게 어제 하루 새로운 확진자 279명이라는 뉴스 때문이다. 무더위와 바이러스 경고에 오늘도 아직 한걸음 밖으로 내딪지 않고 집안에만 있다. 13층 앞뒤로 뚫린 구조의 아파트는 바람이 잘 지나간다. 앞베란다로 갈라질 듯 청청한 햇살이 바람과 함께 들어오다 북쪽 베란다의 열린 창으로 햇살은 도망가고, 시원한 바람만 실내에 남아 2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아직 에어컨을 틀지 않고도 내 몸에 땀이 나지 않는..